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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Aug 22. 2023

그 원피스 괜찮네

갯마을에 해당화가 피고 지는 계절, 米壽 어머니가 걷지 못했다. 얼굴부터 발가락까지 퉁퉁 부었다. 심장과 신장을 의심하다가 류머티즘내과에서 온갖 검사를 받았다. 검사받으러 이틀, 결과 보러 하루를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 앉고 설 때마다 노모의 표정이 구겨지고 움직임은 더디었다.


"염증 수치가 정상인의 10배나 됩니다."

걷지 못하는 것도 염증 때문이란다.

"할머니, 많이 아팠을 텐데요."

의사 선생님이 자상하시다. 시간이 좀 걸리겠다는 말씀이 오히려 신뢰롭다. 한 달 약 처방전을 내며 7월에 오라신다.


어머니가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를 먹은 지 일주일이다. 주치의가 '시간이 걸린다'라고 했으니 순종하듯 기다려야지. 부기가 빠지고 통증은 줄었으나 여전히 피곤하고 밥맛 없다고 투덜거린다. 평소 소식하는데 식사량은 더 줄었다.


美壽의 낭만할멈은 요리 솜씨가 D급이다. 어머니 입맛을 맞출 재주가 없어 오늘 점심은 외식이다. 옷 갈아입을 힘도 없다는 어머니가 나를 보더니 "그 원피스 괜찮네." 그런 원피스 사달란다. 네. 네에~^^


 포항 두원리 갯마을에 우무가사리를 말리는 날 해당화도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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