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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Aug 22. 2023

파도에도 봉우리가 있다

7월은 바다 시간이다. 바닷물에 발목이라도 담그는 어싱 철이다. 곧 바닷물이 차가워지고 바닷바람이 거세어지면 바다는 그림의 떡이다. 게으른 할멈에게 속삭인다. '일어나, 철썩. 한 철이야, 철썩.' 06:30.

가깝고 익숙한 해수욕장이 부른다. 잠시 갈등하다가 10km 떨어진 익숙하지 않은 해수욕장으로 간다. 망설이는 시간은 길지 않다. 결정장애를 일으킬 문제도 아니다. 06:50. 화진해수욕장에서 신을 벗는다. 장사해수욕장보다 모래밭이 길고 넓다. 구름이 해를 가렸다 벗겼다 하니 물비늘도 생겼다 없어졌다 한다. 파도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지, ADHD증후군처럼. 코발트빛 하늘은 흰구름이, 초록 바다는 포말이 그러데이션 하는 아침, 그림이다.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의 긴장감이  파도에도 있다. 너울이 슬금슬금 다가와서, 한껏 부풀어 올랐다가, 마침내 엎어진다. 파도의 일생은 순식간이다. 사람의 한 삶도 고속으로 연출하면 파도처럼 순식간에 끝난다.

어머니와 보경사에 산채밥 먹으러 간다. 말이 산채밥이고 오리고기를 주문한다. 삼복이라 기어이 먹이고 싶은데 어머니 표정이 나빠진다. 당신이 원하는 산채정식이냐 당신께 필요한 단백질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엎어진 지 오래된 포말 같은 米壽와 아직 엎어지지 않은 美壽가 음식 메뉴 때문에 찌뿌둥하다. 낮은 파도만 한 긴장감이 팽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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