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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Mar 27. 2024

내 어머니는 원래 그래

가끔 억울하다. 어머니와 병원 가고 온천 가고 밥 챙기고! 7개월 계속하니 체력도 달리고 어머니에게 묵은 감정도 올라온다. '아들도 둘이나 있는데 왜 내가 다해야 하나?' 억울하다고 느끼면 어머니에게 툴툴거린다. 툴툴대는 강도가 심해지고 회수도 잦아진다. 맏딸은 구순 노모에게 불친절하다.  


"누나는 엄마한테 진심이 없다. 엄마한테 오지 마라! 내가 다한다!" 막내 동생의 폭탄선언에 머리가 펑 뚫린다. 드디어 내가 짐을 벗는구나. 스스로 벗지 못하고 나누자고도 못하고 혼자 낑낑대다가 짐을 벗는다. "나는 네게 부탁한 적 없다. 니가 알아서 했지." 어머니 말이 맞네. 누구도 부탁하지 않는 집안일들을 내가 자진해서 맡아왔구나. 불명예스럽게 쫓겨나지만 오히려 가볍다.


한 달 만에 어머니 검사 결과가 온다. "신장 기능이 푹 나빠짐. 지난달 20에서 16임." 막내는 환자에게 스트레스가 아주 나쁘다는 말도 전한다. 노인에게 내가 스트레스를 준다는 뜻으로 읽힌다. 어머니 신장 기능 악화가 내 잘못은 아닌데, 냉정과 인정이 오락가락한다.


"엄마, 내일 막내 오나요?"

"바쁘면 오지 말라고 내가 말했다."

"그럼 내가 온천탕에 태워드릴게요."//

막내 동생에게 전화한다.

"바빠서 못 온다며?"

"누나가 엄마 모시고 간다 해서 안 가는데요."


또 당한다. "니 누부는 성질이 지랄 같지만 착하다"라고 말하는 내 어머니에게 오늘도 당한다. '부탁하지 않으면 자진해서 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잠시 잊고 있다. 나 K장녀는 오지랖이 넓은가, 어리석은가, 착한가? 웃어넘기고 싶지만 짜증이 난다.


스님 말씀을 뇐다. '마음에 담으면 나만 무겁다. 비워라.' 맞다, 마음에 담지 말자. 내 어머니는 원래 그래.

해넘이는 어머니의 시간,          앞장서서 바람 맞는 무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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