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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Aug 22. 2023

대추나무 가지가 휘어지고

누구를요? 건너 동네 친구를 태워가자 하신다. 걸음이 어설픈 팔순 친구도 온천욕은 사양하지 않나 보다. 어머니 친구 때문에 운전에 신경이 쓰인다. 온천 가는 7번 국도에서 나는 입을 꾹 다문다.

두 시간이나? 내 목소리가 높아진다. "목욕탕에 오래 있으면 힘 빠져요!" 못 들은 척,  '두 시간 후에 보자'며 미수의 어머니는 총총걸음으로 들어가신다. 동네 대중탕이 있어도 멀리 있는 온천탕을 매주 고집하신다. 파파할머니들은 온천마니아.


온천탕에서 집까지 12km, 15분 걸리니 갔다 오는 것은 비경제적이다. 차라리 지경천을 따라 걷는다. 회 1리 마을회관을 지나 회 2리 마을회관에서  돌아온다. 지경 3리 마을회관을 거쳐 원점회귀하면 100분 걸린다. 고개 숙인 벼를 지나 털여뀌, 나팔꽃, 참싸리꽃 들을 본다. 시간이 넉넉하니 비수리꽃에도 눈길이 머물고 하늘도 다본다. 가지가 휘도록 매달린 대추나무 아래 하얀 꽃이 한창이다. 부추꽃이다. 작은 꽃잎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편다.

어머니 온천욕 덕분에 가을 논둑과 하천둑을 느긋하게 걷는다. 다음 주에는 회 3리를 지나 회동저수지에 가고 싶다. 그럼 어머니께 이렇게 말해야 하리. "오늘은 두 시간 천천히 목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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