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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Aug 24. 2023

스님과 어머니와 목사님

코로나19가 이태째, 석가탄신일을 맞았다. 어머니가 다니는 면소재지 절에 주지스님이 바뀌었다하길래 함께 갔다. 불자들은 새벽부터 띄엄띄엄 다녀가고 11시 예불에는 법당이 썰렁했다. 주지승은 많이 왔다고 고마워하며 예불을 시작했다. 식순에 따라 어머니가 경전 한쪽을 읽었다. 대중들에게 물어서 팔순의 노보살을 선정하셨단다. 식전에 미리 읽어본 덕인지 평소 실력인지 또박또박 읽어내었다. 읽다가 어머니가 마스크를 벗었다, 예민한 시기인데.


“찾아주신 손님들을 소개하겠습니다. 군수님은 커다란 등 하나 켰습니다.” 기관장을 호명하는데 면장도 조합장도 대답이 없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영덕지부장님 오셨습니다.” 연세 지긋한 지부장님이 일어났다. 외부에서 오신 유일한 축하객에게 스님이 거듭 감사하시자 내 어머니 벌떡 일어나서 마이크를 잡았다. 종교가 달라도 함께 축하하고 왕래해야 한다고 한 말씀 했다. 예불을 마치고 지부장님이 명함을 주셨다. 목사 김**! 통일교는 기독교 계통이었구나!


어머니는 통일교 행사에 더러 간다. 숙식 대접이 좋고 유명인사의 강의도 수준 높다며 만족해한다. 지역 인사들을 모아 가니 목사님은 어머니를 싫어하지 않으신다. 그 목사님이 맥콜 한 상자를 들고 어머니 집에 오셨다.

“주지스님 만나러 같이 갔더라. 스님이 통일교 행사에 참석해 주신단다.”

“초파일에 신부님이 축전 보내시고 스님은 성탄절을 축하하지요.”

이것도 화합이라 봐준다. 어머니의 역할은 아직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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