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미안합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 쌀요구르트와 조청약과와 호두정과를 잘 만드는 여인이었다. 진심으로 만든 먹거리를 후하게 나누던 보살이었다. 전통 먹거리를 사사하는데 시간과 경비를 따지지 않고 찾아다니더니 올해 대학에 진학했다. "내, 베트남 여자 같지요?"라던 피부가 가무잡잡하고 체격이 자그마한 여인이었다. 환갑을 갓 넘기고 가버렸다. 귀한 손맛을 가지고 갔다.
49재 마지막 재에 간다. 녹음이 짙은 6월에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는 날이다. 재는 망자를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며 부처님께 올리는 불교의식이다.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도하는 스님들, 바리춤, 살풀이, 극락무를 올리는 보살들, 조용히 눈물을 닦거나 흐느끼거나 덤덤한 추모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그녀를 보낸다. 극락무는 보기 드문 춤이라 촬영하는데 성난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사진 찍지 마세요. 저기 적어 놨잖아요." 부끄럽고 미안하여 얼른 자리를 뜬다. 영정 속 그녀는 여전히 웃는다.
미야 보살을 보내기 전 날에는 잠을 설치고 보낸 날은 늦잠을 잔다. 찍찍거리는 소리에 현관문을 여니 이름 모르는 새이다. 나무에 신록이 나오기 전부터 마당 위를 빙빙 돌고 화분에 똥을 찍찍 싸더니 어느새 집을 지었다. 현관 앞 천정 구석에 흙집을 지었다. 어느 날 화분에 깨어진 새알이 떨어져 있었다. 새끼손톱만 한 알에서 새끼가 태어난 모양이다. 새끼에게 드나드는 장면을 찍으려면 "찍지 마세요."라는 듯 잽싸게 날아가 버렸는데 드디어 오늘 아침에 찍는다.
"미야 보살, 사다리에 왜 자기가 올라갔어?"라고 아쉬워하니 말없이 웃는다. 영정 속의 그 웃음이다. 그녀가 살던 집 앞을 서성이고 그녀가 만든 호두정과를 먹으며 울컥한다.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죽음은 삶의 일부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삶의 의미를 찾으라'라고 한다. 사람이 죽어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다. 세상을 떠났어도 내가 기억하는 한 그녀는 내 삶의 일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