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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Aug 21. 2023

 어머니의 미소가 참 좋다

그들은 떠났다. 나 대신 게스트를 구해서 동반했다. "홀인원 하면 즉시 공지하시라"는 상투적인 내 멘트를 받고 그들은 이륙했다. 3박 4일의 골프여행을 시작했다.


6월 초부터 여권 사본도 보내고 옷도 좀 샀는데 투어를 포기했다. 6월 중순부터 어머니의 병원 진료가 갑자기 촘촘해졌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류머티즘관절염이라 진단받고 한 달 치료했더니 유모차 없이 걷는다. 경로당에 갔다 온 어머니에게 말했다. "오늘 그들이 출발했어요." 아직 얼굴 부기가 덜 빠진 어머니 왈 "다음에 가거라. 경비 절반 보태 줄게."


LPGA가 캘리포니아 페블비치에서 시작된다. 태평양을 바라보는 코스, 가장 아름다운 코스, 신이 빚은 최고의 코스란다. 신의 놀이터에서 별들이 격전한다. 우승 상금이 200만 달러이다. 그들이 7월의 뜨거운 햇볕 아래 굿샷을 날릴 시간, 나는 앉아서 뷰티풀 샷을 외친다.


3박 4일 투어를 못 가서 좋다. 아침에는 구름 사이로 동해 물무늬를 보고 낮에는 헤어숍 가서 커트한다. 테라로사 포스텍점에 가서 원두도 사야지. 내일은 TBN 보이는 라디오방에 출연한다. 투어를 포기하고 얻은 잔잔한 하루, 소소한 일상이 할멈은 좋다. 보톡스 맞은 듯 통통한 얼굴로 어머니가 간간이 미소 지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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