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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Sep 10. 2023

러브 포티에서 게임을 내어주고

1987년 생과 2002년 생이 2023년 US오픈 4강전에서 만났다. 36세 노박 조코비치는 21세 벤 셀턴보다 프로 경력이 18년이나 앞선다. 조코비치는 현재 ATP 세계 2위로 승률 85%, 벤 셀턴은 108위로 출전하여 4강에 오른 신데렐라맨이다. 심리전에 강한 조코비치기교보다 기본에 충실하고 역사상 가장 완벽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노박 조코비치는 2020년 9월, US 오픈 16강 1세트에서 게임이 안 풀리자 순간의 화를 못 참고 라켓으로 공을 아무렇게나 때려 베이스라인 뒤로 보냈다. 그 공이 여성 라인 판정관 엄파이어의 목을 강타하고 선심은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졌다. 체어 엄파이어가 실격패로 판정하자, 조코비치는 인정하고 사과문도 올렸다.


2021년 11월 조코비치는 호주 오픈전에 출전하지 못하고 멜버른 공항에서 돌아왔다. 주최 측은 코로나 19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는 규칙을 신설하고 조코비치는 백신 접종이 개인의 자유라는 의견을 피력하며 접종하지 않았다. 결국 비자를 받지 못해 호주 오픈에 참가하지 못하고 코로나 백신을 거부한 일로 부정적 시선을 받기도 했다.


2023년 9월 US오픈전 4강전, 벤 셸턴의 서브 게임에서 조코비치는 러브 포티까지 간 게임을 내어 주었다. 해설자도 시청자도 깜짝 놀랐다. '최근에 네트 플레이가 잦아졌다'며 해설자는 나이를 들먹였다. 자칭 베이스 라이너가 체력을 의식한다는 해석이다. 나름대로 새로운 전술을 시도하는 백전노장의 계산은 박수받을 일이 아닌가. 결국 3:0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한때 시니어들 사이에 '입은 닫고 지갑을 열어라'는 말이 번졌다. 욕심을 버리고 간섭은 하지 말라는 뜻이다. 자신의 지금 감정과 생각을 알아차리는 명상이 번진다. 불교적 사띠수행이다. 명상으로 변화를 파악하고 감정과 생각을 조절한다. 현재 상황을 알아차리면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지만 알아차리지 못하면 탐심과 욕심에 빠져도 모르고 산다.  


데뷔 초기보다 수비력이 점점 강해진 선수, 최고로 완벽한 테니스 선수, 끊임없이 자기를 관리하는 조코비치! 러브 포티 브레이크 포인트에서 게임을 내어준 선수는 감정 조절도 점점 잘하고 있다.  한때는 라켓을 바닥에 난폭하게 두드리던 그가 자기를 알아차린 것일까? 정상에서 안전하게 내려가는 챔피언이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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