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 아찔하다. 5년 차 내 애마는 내비게이션 화면이 깜깜하고 블루투스도 먹통이다.부품을 주문하면 3개월 걸린다 하며 AS센터의 기사가 미안해한다. 불편해도 그냥 타겠다고 말하니 수리센터를 소개해 준다. 수리 센터는 camp George가 있는 한적한 동네에 있다.
"수리 가능합니다. 48만 원입니다." 330에 비하면 48은 아주 적다.
"보증 6개월이고 두 시간 걸립니다." 내 생애 마지막 차라고 선택한 애마가 돈 먹는 하마 같다. 12만 km를 잘 달려온 자동차가 예고 없이 깜깜하다. 2024년도 대입 수능고사를 보는 날, 내 차는 카센터에서 수술 중이다. 그래도 치료할 수 있다 하니 다행이다.
"내 손톱 좀 보래."
어머니가 검지를 내민다. 손톱 반달이 없다. 크고 희던 반달은 희미해지고 볼록하던 표면이 평평하다. 염증지수가 높고, 신장 기능이 나쁘다고 손톱이 예고했겠지? 손톱을 읽지 못하고 지나치는 바람에어머니 고생이 시작된 셈이다.
88년을 지탱해 온 어머니의 몸이 여기저기 이상 신호를 낸다. 명품 기계도 오래 쓰면 고장난다고, 고치고 다듬으며 쓸 수밖에 없다고 위로가 되지 않는 말로 위로한다. 어머니는 오늘도 시간 맞추어 동네 한 바퀴 돌고 식사 시간을 지켜 소식한다. 예전 같지 않은 몸으로 낡은 양말 신 듯, 고장 난 기계 다루 듯조심조심 움직인다. 없어진 어머니의 손톱 반달이 되살아날까? 손톱의 분홍색이 변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