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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Jan 06. 2024

납매가 활짝 피거든

호흡근을 보러 간다. 호흡근은 뿌리가 숨쉬기 어려울 때 땅 위로 내보낸 공기 뿌리이다. 기청산 식물원  king tree인 낙우송은 호흡근이 수십 개이다. 깃털처럼 생긴 이파리가 깃털처럼 날리며 떨어진다는 落羽松. 꽃도 없고 잎도 떨어진 1월에 어머니와 낙우송 호흡근을 보러 간다.


식물원에 입장객이 없다. 모녀가 만 원으로 식물원을 독점한다. 대숲은 푸르고 상록수도 군데군데 있지만 숲은 앙상하다. 이팝나무, 은행나무, 모감주나무 들이 잎 떨구고 겨울을 넘기는 모습이 경건하다. 낙우송은 여전히 의연하고 어머니는 처음 보는 킹 트리와 호흡근에 놀란다.


전망대 주변에 떨어진 이름 모르는 열매를 집어 본다. 마침 느리지만 힘 있는 걸음이 다가온다. 기품이 느껴진다. 식물원 원장이란다. "영광입니다." 꾸벅 절하는 내가 내가 간사스러운가? 멀구슬나무 아래 떨어진 열매는 멀구슬나무 열매, 전망대 뒤켠에 필락 말락 하는 노란 꽃은 납매. 섣달에 핀다고 臘梅란다.


납매꽃이 피는 족족 직박구리가 먹어서 아직은 꽃이 많지 않다고, 1,2월에 활짝 필 때 와서 고고한 향을 맡으라고, 매표소에 초대권을 맡겨두겠다고. 원장님이 납매향을 주신다. 납매 묘목을 골라주며 매표소 보살이 말한다, "내년에는 꽃을 피울 겁니다." 묘목을 안는 순간 이미 납매향에 젖는다.


낙우송 호흡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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