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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Sep 18. 2024

민족은 대이동, 할멈은 대청소

한가위 풍속도

한가위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다. 서울 하행길이 복잡하지만 7번 국도 상행길도 만만치 않다. 올 한가위에는 노환의 어머니 때문에 내가 역귀성할 수 없어 아들네가 움직인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baby와 유치원에 다니는 boy 형제가 잠자는 한밤에 출발하니 귀향길이 평일 같다고.


어린 손님들이 온다면 대청소가 필수이다. 우선 가구를 옮긴다. 뾰족한 유리 탁자는 구석으로 옮기고 방 가운데 놓고 쓰는 책상은 벽에 붙인다. 아이들이 구석구석 뒤지고 만지는 나이라 평소 잘 쓰지 않는 공간도 닦고 물건도 씻는다. 어린 손님들 덕분에 대청소한다.


올해는 머니 제안으로 차례상을 차리지 않으니 명절 부담이 다. 음식은 며느리, 올케와 나누어서 셋이 각자 준비하니 오히려 한가롭다. 일부담이 줄어드니 오랜만에 만난 가족 사이에 여유가 흐른다. 차례를 챙기는 의미도 소중하지만 형식이 주는 부담도 작지 않다.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올해 우리는 실리를 선택한다.


집에 가지 않으려는 baby에게 우문을 던진다.

"할머니 집에 살래, 우리 집 갈래?"

"엄마, 할머니랑 우리 집 갈래!"

세 살배기 대답에 모두 웃는다. 열 밤 자고 할머니 보러 또 오자며 며느리가 달랜다. BB는 멍멍이 인형과 색칠북을 두고 다. 가볍게 오고 가니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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