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노을이 내린 바다를 보러 간다. 솔 숲 정자에 동네 토박이들이 모여 있다. 인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고개를 숙이고 돌아간다. 이사 온 지 한 달인데 나를 모를 거야. 그런데 뒤가 간질간질하다.
어르신이 빈 유모차에 의지해서 노을 속을 걷는다. 빈 유모차는 현대판 지팡이이다. 청려장보다 안전하다. 먼 데 사는 딸아들의 아바타랄까? 그러나 유모차는 센스가 없다. 어르신에게 잠시 멈추고 석양과 화려한 구름잔치를 보라고 권하지 않는다.
힘난노가 언제 왔더냐는 듯 바다도 마을도 고요하다. 집집에 불이 켜지는 시간, 확성기가 울린다. "아. 아. 이장 선거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기호 2번이 당선됐습니다. 축하합니데이." 민주주의는 저녁에도 아름답다.
7시, 돌아가는 길에 가로등이 환하다. "안녕하세요~" 자전거를 타고 가며 누군가 인사한다. 자전거 뒤를 보며 나도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동네에서는 모르는 사람도 아는 사람이다. 모른 척하기 없기다. 안 본 척하기 없기다. 출발 시점으로 돌아가 동네분들에게 그냥 인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