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도 울지 않는다

by 송명옥

전국이 태풍권이다. 여명黎明에 자명종처럼 울던 새도 조용하다. 창문 너머 바다는 잿빛이고 파도가 조금씩 높아진다. 빗줄기는 사선으로 흩날리면서 빗소리가 거세다. 잠시 화분을 내어놓고 들일 때를 보고 있다.


문마다 꼭꼭 잠그니 무덥다. 선풍기를 틀고 TV도 켠다. 이동하는 카눈의 눈, 지하주택의 물막이판, 바닷가 마을 모래주머니들을 실시간 본다. 바다 전망이 좋은 부산 고층아파트, 범람하려는 포항 칠성천, 사고가 있었던 오성 지하차도도 소환된다. 대비 시간은 지나고 대피 시간이란다. 전국이 태풍을 견딘다.


09시에 통영으로 상륙하리라 예보한 카눈은 예상보다 더디게 움직인다. 09:20 현재 거제도로 상륙하여 통영 매물도를 지난다. 삼천포에 사는 중학교 동기생 덕순이, 창원에 사는 고등학교 때 사귀던 남학생을 잠시 생각한다.


오십천 건너 마을에 어머니가 있다. 어제 태풍에 대비하러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통화만 했다. 지금은 대피의 시간을 함께 보낼까 생각만 한다. 금테난이 심하게 흔들린다. 일단 화분을 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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