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콩이 안 온다. 로스팅을 못한다고 한 주 더 기다리라는데 이틀 참으니 우울하다. 더 우울해지기 전에 카페 sweet step으로 간다. 원두를 찾아 43km를 달린다. 멀어도 발걸음은 달콤하다.
콜롬비아 수프리모 봉투가 열리고, 그라인드가 돌돌거리고, 드리퍼에서 물 머금은 커피가루가 쑤욱 부풀면 눈과 코와 귀로 커피를 느낀다. 자리 잡고 앉아 머그잔을 양손으로 감싸면서 비로소 손과 입으로 커피를 마신다. 온몸이 느긋해진다.
9월 16일, 스코어는 100타, 버디도 없고 OB도 없었다. 한 달 만에 나가서 포물선을 그렸으니 할멈이 대단하지. 80을 바라보는 동반 회원은 드라이버를 바꾸시는데 나는 '오늘이 마지막 라운딩'이었다.
20년 전에 어머니가 골프클럽 풀세트를 사주셨다. "니 정도면 해도 된다"는 말씀이 어머니의 허영으로 들렸다. 그 시절 나에게 골프는 사치이고 스트레스였다. 내 클럽들은 10여 년 간 연습장만 가끔 오갔다.
이제는 티박스가 어색하지 않다. 구질도 좋아지고 있다. 이제야 스코어 관계없이 라운딩이 즐겁다. 10여 년 즐긴 달콤한 이 놀이를 이제 그만두련다. 골프채들에게 금단현상이 올까, 커피를 못 내린 날들의 나처럼.
문자가 들어온다.
10/13 13:42 콜?
콜!
늘 마지막 라운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