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가십시오. 감사합니다.
장례미사 2025.04.14(월) 11:00. 안동교구 목성동 주교좌성당. 미사 한 시간 전에 목성동 성당에 도착한다. 성당 안에 빈자리가 없다고 막아서 옥상 야외 식장으로 올라간다. 무리에 섞여 가다가 화장실을 물어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화장실 덕분에 본의 아니게 두리번거리다가 2층 구석 계단에 앉는다. 계단에 앉아서라도 장례미사에 참석하니 행운이지. 기도 소리와 찬송가가 식장을 구석구석 맴돈다. 돌고 돌아서 퍼져나가겠지.
단상에 주교님 한 분이 부축을 받으며 오르신다. 최고령이신가 보다. 이어 흰 제의에 분홍색 주케토를 쓴 30여 분이 자리를 채우신다. 한 시간 전에 정문에서 본 프랑스 대사님도 1층 앞자리에 앉아 계시겠지. 두봉 주교님이 들어오실 때 눈물이 난다. 나만 찔끔거린다. 죽음을 대하는 마음이 신자와 달라서일까? 두 시간의 장례미사가 무언의 질서 속에 진행된다. 평화롭다.
신부님들의 엄숙한 고별사는 엄숙히 듣고 평신도들의 소소한 고별사에 가슴이 울컥한다. "참석하신 두봉 주교님의 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 조용한 웃음이 터진다. 두 시간 동안 두 번 웃는다. 망자의 육성으로 웃음소리를 들을 때 따라 웃고 진행 주교님이 '참석한 팬들'이라고 하여 또 웃는다. 아름답고 편안하다.
마지막 절차는 두봉 주교님을 만나는 의식이다. 관 주변이 복잡하고 대기자가 많아 팬으로서 아쉽지만 만나지 않는다. 성당 밖은 우산꽃 만발이다. 보슬비를 맞으며 천천히 걷는다. 수녀님들이 한 우산을 나누어 쓰고 걷는다. 두건 색이 다양하네, 검은색, 회색, 북청색. 교회에 유료 주차했는데 프리 패스다. 상주 영덕 고속도로를 되짚어 온다. 배도 안 고프고 금소리 고택에 안 가도 된다. 그분의 웃음소리와 '감사합니다'를 온전히 안고 간다. "안녕히 가십시오 두봉 주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