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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파마

by 송명옥

'어. 분위기가 다르네.'
'빠마해라. 힘없어 보인다'
같은 상황 다른 말이다. 파마한 지 6달 넘으니 컬이 없어 머리카락에 힘이 없다. 4주마다 컷으로 다듬는데 그마저도 주기가 길어진다. 삶의 사이클도 전반적으로 느려진다.

미장원은 늘 생생하다. 원장은 마법사처럼 여인들을 바꾼다. 기분을 바꾸고 인간관계도 바꾼다. 파마는 내게 생기를 주고 자신감까지 준다. 그럼에도 자주 '이번이 마지막 파마이다, 마지막 컷이다'라 다짐한다. 공식적인 사회 활동이 없어지니 머리 스타일에 거금을 쓸 필요가 없다. 미장원에 갈 돈으로 그들과 외식한다. 주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거나 유지한다. 그런데 그 주변인들이 말한다, "파마해."

파마를 예약한다. 2주나 기다려야 한다. 어린 왕자는 만나기 한 시간 전부터 설렌다는데 나는 오늘부터 설렌다. 변신한 내 모습에 기분이 뿜뿜하겠지. 주변인들도 눈꼬리가 올라가겠고. 우리가 함께 환해지는 선택이야. 그래, 이번이 마지막 파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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