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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에는 초록이와 빨강이가 공존하지

운명공동체

by 송명옥

주방창으로 바다를 본다. 앞집이 2층이라 많이 가리지만 집안에서 청정 동해를 본다. 넘실대는 파도와 불그레한 달은 선물이다. 주방 왼쪽으로 보이는 솔숲 너머에 해수욕장이 있다. 가끔 솔숲길을 걸어 해수욕장 모래밭에 간다. 모래밭도 짧고 솔숲도 넓지 않고 동네도 작다. 작아서 예쁘다.

솔숲 쪽은 정리되지 않은 지붕들이 어지러워 눈길이 머무르지 않는다. 파란 새마을 지붕이 남은 동네에 연두색 지붕이 하나 보인다. 지붕이 연두색이다. 솔숲을 배경으로 한 연두색 지붕은 지금까지 본 연두 중 으뜸이다. 소나무 초록이 짙어져서 연두가 눈에 뜨인 것인가?

광장을 스케치하고 색을 입힌다. 초록 계열로 칠하고 붉은 계열로도 칠한다. 동색 배열은 편안한 동시에 일방적인 느낌도 준다. 초록이와 빨강이는 보색으로 공존한다. 수박의 빨간 속이 초록 껍질을 해치지 않는다. 새까만 씨도 함께 품는다. 동색이든 보색이든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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