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잠시 정동에 빠진 아침

by 송명옥

운다. 아침 사과를 먹고 모닝커피도 마시고서 눈물을 흘린다. 잿빛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어도 비 온 뒤라 공기가 깔끔하다. 파도소리 들으며 걷기 좋은 아침이다.

에티오피아 예카체프를 마시고 <유튜브는 책을 삼킬 것인가>를 펼친다. '정동 affect'란 생소한 낱말을 검색한다. 사전에는 '정동情動'을 급격한 감정이라 풀이한다. 정동을 검색하다가 기사 "한국 온 중동여성들의 핫스폿"을 읽는다.

차도르를 쓴 그녀들이 찾아간다는 성수동 카페거리를 문득 걷고 싶다. 블루보틀 1호점 커피도 마시고 싶다. 연극 '두 교황'을 보고 싶고, 오래전에 막 내린 '지하철 1호선'을 못 본 아쉬움이 솟구친다. 순간 눈물이 난다. 그것들은 시공간이 너무 멀다.

바다도 하늘도 아직 잿빛이다. 구름이 해를 가리니 바다빛조차 어둡다. 햇빛은 간간이 구름을 비집고 내 정동情動은 이제 가라앉는다. 다시 affect로 돌아간다. 밑줄을 그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주욱 긋는다. "멀티리터러시 상황에서는 의미보다 공명이 중요해졌다."




keyword
이전 24화수박에는 초록이와 빨강이가 공존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