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꼬? 대충 보아오던 초록에 눈길이 머문다. 댓잎보다 희미한 동색으로 주렁주렁 늘어진 모양, 분명 잎은 아니다. 꽃 검색 앱으로 찍어 보니 '대나무꽃'이란다. 아침 산책길에 대나무꽃을 처음 본 아침, 구름빵을 먹은 기분이다.
문수사 문수보살님 손가락에 핀 우담바라꽃이 화제이다. 불자들은 상서로운 기운이라고 반기는데 학자들은 풀잠자리알이라 한다. 풀잠자리알이든 우담바라꽃이든 모양이 일정하지 않아 긴가민가하는데 3천 년에 한 번 핀다는 설정은 종교적이다.
기록문과 문학작품은 다르다. 쓰는 목적이 다르고 읽는 목적도 다르다. 감성적으로 쓰고 읽는 장르를 이성적으로 해석하고 비판하면 어색해진다. 축구와 야구는 관점도 재미도 다르지 않은가. 말과 글은 나에게서 나가는 순간 내 것이 아니다. 청자와 독자의 것이다. 종교적 해석, 문학적인 해석도 그들의 몫이다. 그러나 종교를 과학적으로 재단하거나 문학을 이성적 잣대로만 해석하는 일은 좀 아쉽다.
할멈이 대나무꽃을 환희롭다 하고 불자들이 우담바라를 상서롭다한다. 내 느낌을 존중받으면서 다른 느낌도 존중하게 된다. 다른 존재를 인정하면 나란 존재도 인정받는다. 내가 항상 옳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