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雪 아침, 거무돌해변에서 양말을 벗는다. 바닷물은 차지 않다. 수온은 어싱하기 적당하나 자갈이 불편하다. 발바닥이 아파 몸이 오그라든다. 걷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파도놀이한다.
크게 엎어지는 파도에 바지가 젖는다. 옷을 말릴 겸 바위에 앉아 먼 바다를 보며 멍 때린다. 물빛은 검푸르고 먹구름이 짙다. 솔숲과 해안선에 초점을 맞추며 잠시 사진놀이에 빠진다. 솔숲 뒤로 버섯들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타타타타, 동시에 머리 위로 헬리콥터가 돌아간다. 얼른 카메라를 누른다. 낙하 연습이다. 와우! 두 번 세 번 네 번, 계속한다. 헬리콥터에서 떨어지며 낙하산을 펴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본다. 신기하다. 두 번째 낙하를 보며 박수하고 엄지 척한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집 밖에는 볼거리가 다양하다. 낯선 길에 볼거리가 더 많고 약간의 긴장감은 건강한 자극이다. 비 예보에도 운동화 끈을 묶은 낭만할멈, 익숙하지 않은 길을 택한 할멈에게 박수한다. 밤새도록 내리던 비가 그친다. 상큼한 아침에 다시 게으른 일상으로 든다. 2022년 小雪은 행운의 날이다. 버섯처럼 낙하하는 청년들을 아무나 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