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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Aug 22. 2023

버섯들이 살포시

小雪 아침, 거무돌해변에서 양말을 벗는다. 바닷물은 차지 않다. 수온은 어싱하기 적당하나 자갈이 불편하다. 발바닥이 아파 몸이 오그라든다. 걷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파도놀이한다.


크게 엎어지는 파도에 바지가 젖는다. 옷을 말릴 겸 바위에 앉아 먼 바다를 보며 멍 때린다. 물빛은 검푸르고 먹구름이 짙다. 솔숲과 해안선에 초점을 맞추며 잠시 사진놀이에 빠진다. 솔숲 뒤로 버섯들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타타타타, 동시에 머리 위로 헬리콥터가 돌아간다. 얼른 카메라를 누른다. 낙하 연습이다. 와우! 두 번 세 번 네 번, 계속한다. 헬리콥터에서 떨어지며 낙하산을 펴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본다. 신기하다. 두 번째 낙하를 보며 박수하고 엄지 척한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집 밖에는 볼거리가 다양하다. 낯선 길에 볼거리가 더 많고 약간의 긴장감은 건강한 자극이다. 비 예보에도 운동화 끈을 묶은 낭만할멈, 익숙하지 않은 길을 택한 할멈에게 박수한다. 밤새도록 내리던 비가 그친다. 상큼한 아침에 다시 게으른 일상으로 든다. 2022년 小雪은 행운의 날이다. 버섯처럼 낙하하는 청년들을 아무나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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