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명옥 Aug 21. 2023

황새부리 드러나다


오어사(魚寺), 신라 진평왕 때 자장율사께서 지은 천년고찰이다. 운제산 불국사 말사이고  창사 당시는 항사리에 있어 항사사(恒沙寺)였다. 오어사는 고승 원효와 혜공께서 서로 '내 물고기'라 한 설화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운제산 계곡을 막아 만든 오어지 주변에는 원효암과 자장암이 천년 세월을 지키고 있다. 자장암에서 보는 비경과 오어지 금빛 물결은 일품이다. 오어지를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 오어사의 명성 못지않아 평일에는 시민들이 즐긴다. 주말에는 각지에서 대형버스들이 들어와 주차장이 자꾸 새로 만들어진다.

산길, 흙길, 데크길로 나누어 보면 산길은 오르막 구간이 서너 군데 있고  흙길은 평탄하고 구불구불하며 데크길은 깔끔하다. 산길 중간에 있는 메타쉐콰이어 숲에는 벤치그네, 정자, 의자가 있어 소풍 온 듯 쉬기 좋다. 흙길은 맨발로 걷는 길인데 황새등에  망운정(望雲亭)이란 정자가 있다. 황새등은 평소에는 이름값을 못하나 모내기철에 오어지물이 낮아지면, 황새머리와 부리가 드러나 황새등이 실감 난다. 오어지에 물이 차면 황새머리와 부리가 다시 물에 잠기니 봄 한 철 잠시 볼 수 있다.

한때 안항사 입구 개울가에 돌탑 20여 개가 줄지어 있었다. 어른 키만 한 돌탑들을 처사 김춘봉이 혼자  쌓았다는데 2019년 태풍 링링과 미탁이 지나가며 뭉게 버렸다. 그곳에 분명히 있던 돌탑들이 지금은 흔적도 없다. 내가 꿈을 꾸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하얀 감자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