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환 Jul 27. 2020

[독서노트] 생각의 탄생

(로버트/미셸 루트-베른스타인 (부부 공저), 박종성 옮김, 에코의서재)

17.02.08 완독


관찰1), 형상화2), 추상화3), 패턴인식4), 패턴 형성5), 유추6), 몸으로 생각하기7), 감정이입8), 차원적 사고9), 모형 만들기10), 놀이11), 변형12), 통합13), 이렇게 나열된 일련의 단어들을 보고 우리는 습관적으로 다음의 반응을 보인다: 외우려 한다. 빨리 훑고 지나간다. 단어들 사이의 연관성을 끄집어 내려 애를 쓰다 뒤로 나가떨어진다. 자, 여기까지 왔다면 앞에서 본 13가지 방법들에 대해 몇 가지나 기억하는지 점검해보자. 이토록 안식 없는 독서가 무슨 소용인가 제길! 저자는 이런 우리에게 잠시 숨을 고르고, 도구를 처음 사용하던 태고 적의 호모 사피엔스로 돌아가도록 강력히 권고한다14).


저자는 바보인가? 이미 세계 십 수개 국가들이 핵을 보유하고 우리나라와 미국이 동시에 화상통화를 하고, 이런 세상에서 무슨 원시인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하지만 이미 도구가 너무도 많이 발달한 시대에서 우리는 새로운 도구를 만드는 능력과 새로운 도구를 생산하려는 욕망을 잃어간다. 소위 '생각'이라는 능력이 이미 퇴화되어가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은밀히 '생각'을 하며 도구를 생산해 내는 사람들이 있다.  스마트폰이나 O2O 서비스 등을 떠올려보자. 그것들은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면서도 사람들의 '생각'본능을 잠재운다(이 상황의 책임을 도구 생산자에게 돌릴 수는 없다. 거칠게 말하면 다이너마이트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전사자들의 책임을 노벨에게 돌릴 수 없듯이).


베른스타인 부부가 이 책에서 소개한 방법들은 13가지이지만, 어쩌면 13가지 방법들이 서로 융합하거나 각각 세분화하며 더 많은 방법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아마 저자도 그것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주석을 빙자한 본문>


1) 우리들의 눈은 코보다 조금 위, 이마 밑의 부분에만 달린 것이 아니다. 귀에도, 혀에도, 코에도 달렸다. 심지어 촉각에도 있다. 우리가 느끼는 것들은 대부분 고정관념에 지배당하고 있으니 이를 깨버려라. 고정관념을 깨고 당신만의 눈으로 보라. 무용수의 몸이 움직이는 대로 서늘 그리고, 눈이 볼 수 있게 음악을 그려라.


2) 1)의 과정이 숙달됐으면 시각적, 청각적으로 모형을 만들어라. 관찰의 연장선상에 있어 보이지만 엄밀히는 관찰과 다르다. 좀 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가슴속에 품어온 어린 시절의 추억, 환상, 영화의 장면 등이 모형의 재료가 된다.


3) 마음속에 만든 모형에서 잔챙이들을 거둬버려라.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우리의 '생각'으로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발판을 만드는 것이다. 다른 이에게 궁극적으로 표현하고픈 것이 무엇인가? 아니면 모형 속 여러 생각들이 감춘 단 하나의 고갱이는 무엇인가?


4) 생각 모형을 다듬다 보면 개개의 생각들 사이 쌍둥이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들의 짝을 찾아주어야 한다.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외로운 쌍둥이 개체들을 찾아 한 데 묶어라. 생각이 명징해질 것이다.


5) 더러는 4)의 쌍둥이 개체들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생각들 사이 유사성이 부족하다던가 연결고리가 모자란다면, 직접 그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라. 그리하여 쌍둥이를 직접 만들어라.


6) 아울러 생각을 하다 보면, 생각들 사이의 공백을 느낄 때가 있다. 전학 간 학생, 인사 발령된 사원, 근무 취침하는 군인, 그들의 공백이 계속되지 않도록 다른 인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생각도 마찬가지로 구조를 굳건히 하기 위해 생각들 사이 기존의 것과 유사한 생각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7) 생각이 영 시원찮을 때, 특히 뭔가 좀 더 구체적인 것을 원할 때는 기꺼이 몸을 생각에 맡겨야 한다. 레이싱 게임을 즐기며 우리의 몸이 운전할 때의 감각을 받아들이듯이, 생각이 주는 감각을 받아들여라. 나아가 몸으로 느낀 감각을 종합하여 하나의 '사고체계'를 만들어라. 타인의 몸이 당신의 몸을 느낄 것이다.


8) 몸의 움직임, 그보다 근원적인 곳으로 들어가면 마음의 움직임 내지는 '감정의 움직임'이 있다. '입장 바꿔 생각을 해'보라는 김건모의 노래처럼, 때로 문제가 숨겨 놓은 해결점에 접근하려면 우리들 스스로가 문제가 되어야 한다. 무용을 '관객들이 스스로 몸을 움직이고 싶게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한 이사도라 던컨의 말을 기억하라.


9) 2차원적 생각과 3차원적 생각들 간의 대화법은 다르다. 선생님이 그려 준 그림을 따라 그리는 학생, 보좌관의 연설 초안을 그대로 베껴 말하는 정치가는 여전히 2차원적 생각에 머물러 있는 부류이다. 이미 존재하는 해답을 새로운 문제로 받아들여라. 그리고 문제가 되어 문제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면 당장 눈에 보이는 2차원적 그림 너머의 어떤 것이 느껴질 것이다.


10) 생화학자 루이스 파울링은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모형이 지닌 가장 큰 가치는 새로운 생각의 탄생 과정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관찰부터 차원적 사고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생각 도구들을 총동원하여 모형을 만들어라. 그것은 곳 생각의 결정체이자 미래의 발전할 생각의 초석이다. 그 모형은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영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11) 놀이는 모형 만들기와 함께 총체적인 생각도구의 합이다. 모형 만들기와 함께 메타적인 생각도구로 불릴 수도 있을 것이다. 놀이 동안에는 성패와 목적의 제약 없이 갖가지 생각도구들을 시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된 생각을 양상하는 가능성은 이미 정형화되어버린 모형보다 무궁무진하다.


12) 감각들 간의 벽을 이제 허물어라. 시는 악보로 표현되고, 악보는 연주로 표현되며, 연주는 조각 또는 음식의 맛으로 표현된다. 어떤 문제의 해답을 강구할 때 이미 정형화된 방식이 답을 찾는 경로를 가린다면, 그 방식을 깨라. 언어를 수식으로, 수식을 그림으로 바꿀 때 무엇이 새롭게 보이는가?


13) 생각의 최종적이면서도 궁극적인 단계: 감각과 의식의 통합이다. 앎이 곧 느낌이 되고 느낌이 곧 앎이 되는 것은 첫째로 자신이 지각하고 있는 개념 또는 문제를 완전히 체화하거나 해결했음을 말한다. 물리학자 제임스 라이트힐의 수영이 유체역학을 얘기하고,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바흐의 작품에서 송진 냄새를 맡듯이 말이다. 그들의 고유한 수용방식으로 지식은 재생산되기조차 한다.


14) 앞서 선보인 여러 가지 생각도구들을 하나하나 소개한 데는 물론 저자의 이유가 있다. 여러 분야의 통합을 통한 재생산, 그리고 이 메시지이다, '전문가가 아닌 전인(全人)이 되어라'.

매거진의 이전글 [독서노트] 조피 숄 평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