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된 편지_000

짧게 적은 나의 삶

by 늘초

봉인된 편지_000

/ 짧게 적은 나의 삶


이 글은

한 사람의 삶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까지 도달했는지를

아주 짧게 기록해 본 글이다.


나의 출발선은 매우 낮았다.

도시의 가장 밑바닥,

이름 없는 골목과

치유되지 못할 슬픔 속에서

삶은 시작되었다.


남녘에는 사고무친인 피난민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 하나.

그 셋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가난은 말로 설명할 수 없고

사람의 태도와 선택으로 남는다.

가족 외에는 기대하지 않는 법을 배웠고

그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다는 사실을

일찍 받아들였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런 삶도 멈추지는 않는다.

배경도 설명서도 없이

하루를 건너, 다음 날로 이어 가며,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나눠지는 시간,

내 몫의 그것을 스스로 다듬어 왔다.


그렇게 나는 여기까지 왔다.

가난은 더 이상

나를 따라오지 못했고


무너지지 않고 스스로 우뚝 섰음은

말이 아니라

삶으로 증명되었다.


사람을 멀리한 이유도

혼자를 택한 시간들도

살아남기 위한 과정의 일부였을 뿐이다.


세상이 공평하다는 말을

쉽게 믿지 않게 된 것 또한

그 결과일 것이다.


이런 삶을 가볍게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대개

3루에서 태어났음을 모르고

스스로 3루타를 쳤다고 착각하고 사는,

자신의 출발선을

한 번도 의식해 본 적이 없는 이들,

그런 많은 이들이다.


이러한 그들의 말이나 행위를

굳이 돌아다보지 않기로 한 것이

지금의 내 선택이다.


이 글은

동의를 구하지 않고

판단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각자의 삶에는

각자의 무게가 있으며

그 삶은 지금의 삶으로 증명된다는 사실,


그저 한 사람의 삶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에 도달해 있는지를

담담히 기록하고 조용히 남기고자 적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글은 주~욱 계속된다.

오늘 글은 여기까지…

작가의 이전글해가 바뀌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