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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쓰기 1일 차] 공백

비워진 자리는 뭘로 채워야 할까

by 산하 Sanha



인생에 정해진 게 없다.

그리고 흘러가는 걸 막을 수도 없다.

계속 바뀌어 가는 삶의 공백을 뭘로 채워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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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만나던 10년 지기 친구가 꿈을 위해 타지로 가게 되었다.

항상 생각만 하던 일을 실행에 옮긴다는 소식에 물론 축하를 건네지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유치하게도

'나 이제 누구랑 놀지?'였다.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외롭고 쓸쓸한 것도 아니고

혼자 있는다고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할 때의 즐거움은

채울 수 없는 것 같다.



외롭지 않지만 외로워.



그렇다고 새 친구를 사귀겠다고

다양한 모임에 나갈 만큼 간절하지도 않다.

설령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하더라도

정말 마음이 맞는 대상이 나타나는 건

뭐랄까... 길 가다 지갑을 주웠는데 아는 사람 거일 확률?


이렇게 어중간한 마음인 나는

앞으로 생길 공백을 어떻게 채워갈까

힘들어 죽겠지도,

또 너무 행복하지도 않고

그저 그렇게

잔잔한 심심함을 느끼며

무감한 삶을 살게 될까?



혹은 이걸 발판 삼아 새로운 걸 시작하고

그걸로 다시 나를 채울 수 있게 될까.



사람의 빈자리는 사람으로만 채울 수 있을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로 그 공백을 채울 수 있을까


사람에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나로 단단하게 채우고 싶은데

그게 아직은 어려운 것 같다.


쓸쓸한 눈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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