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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2일 차] 상냥한 사람은 어떻게 될까

너무너무 어려운 일

by 산하 Sanha


가끔 남의 떡이 더 커 보일 때가 있다.

가지지 못한 물건이나 장점이 더 좋아 보이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상냥함이다.




얼마 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왜 이렇게 친절하지 못하지?'

손님의 말에 대답을 안 한다던가

막말을 한다던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던가

그런 건 아니지만

그들이 농담을 건넬 때

혹은 무언가를 물어볼 때

퉁명스럽고 불친절하게 답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서비스직을 안 해본 것도 아니고

사회생활 하면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요즘 왜 이러지?


의문을 가지고 생각해 봤는데

크게 두 가지 이유가 나왔다.


첫째, 편의점이라는 근무지의 특성.

지금까지는 보통 서빙 일을 해서

항상 일할 수 있는 모드가 탑재됐었지만

편의점은 주로 혼자 있다가

잠깐씩만 사람을 상대하니까

원래 텐션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버린다.


둘째, 그냥 상냥하지 못한 사람이다.

원래 텐션이 나와도 나 자체가 밝고 상냥하면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없었을 텐데

난.... (절레절레)



<텐션 지표>


친구랑 놀때 !!!~~^v^~~!!!


서비스 모드 ㅇvㅇ


사람 만날 때 ㅇㅡㅇ


평소 -ㅡ-



이렇기 때문에 상냥함을 보이기 위해선

노력해야만 한다.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컴플레인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지만

가끔 힘든 손님이 오면 인류애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이왕이면 지금 하는 거에

상냥함 한 스푼 더해서

친절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

.



그래서 다음 날부터

손님들에게 상냥하려고 노력하며 근무했는데


[사장님 문자]

금주까지 근무로 끝났습니다.

급여는 내일까지 전부 보내드립니다.

그동안 고생하셨어요.


하하하하하


기존 사장님이 저번달까지만 하고

새로운 점주 구해서 그대로 근무할 것 같다고 했었는데

점주가 안 구해졌는지

갑자기 근무가 끝났다고 통보받았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인류애가 사라지고

상냥하려 했던 마음이 파스스...

부서지기도 하지만

이 마음 그대로 다음 근무처에서 상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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