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너무 어려운 일
가끔 남의 떡이 더 커 보일 때가 있다.
가지지 못한 물건이나 장점이 더 좋아 보이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상냥함이다.
얼마 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왜 이렇게 친절하지 못하지?'
손님의 말에 대답을 안 한다던가
막말을 한다던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던가
그런 건 아니지만
그들이 농담을 건넬 때
혹은 무언가를 물어볼 때
퉁명스럽고 불친절하게 답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서비스직을 안 해본 것도 아니고
사회생활 하면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요즘 왜 이러지?
의문을 가지고 생각해 봤는데
크게 두 가지 이유가 나왔다.
첫째, 편의점이라는 근무지의 특성.
지금까지는 보통 서빙 일을 해서
항상 일할 수 있는 모드가 탑재됐었지만
편의점은 주로 혼자 있다가
잠깐씩만 사람을 상대하니까
원래 텐션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버린다.
둘째, 그냥 상냥하지 못한 사람이다.
원래 텐션이 나와도 나 자체가 밝고 상냥하면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없었을 텐데
난.... (절레절레)
<텐션 지표>
친구랑 놀때 !!!~~^v^~~!!!
서비스 모드 ㅇvㅇ
사람 만날 때 ㅇㅡㅇ
평소 -ㅡ-
이렇기 때문에 상냥함을 보이기 위해선
노력해야만 한다.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컴플레인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지만
가끔 힘든 손님이 오면 인류애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이왕이면 지금 하는 거에
상냥함 한 스푼 더해서
친절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
.
그래서 다음 날부터
손님들에게 상냥하려고 노력하며 근무했는데
[사장님 문자]
금주까지 근무로 끝났습니다.
급여는 내일까지 전부 보내드립니다.
그동안 고생하셨어요.
하하하하하
기존 사장님이 저번달까지만 하고
새로운 점주 구해서 그대로 근무할 것 같다고 했었는데
점주가 안 구해졌는지
갑자기 근무가 끝났다고 통보받았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인류애가 사라지고
상냥하려 했던 마음이 파스스...
부서지기도 하지만
이 마음 그대로 다음 근무처에서 상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