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내내 흔들릴지도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다.
베란다 문을 열어놓으니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고
커튼 사이로는 해가 들어온다.
특히 날씨가 좋을 때면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뭔가 잘 익은 땅 냄새?
그런 여러 가지를 몸으로 받아내니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다 흐려지고
당장 떠나고 싶어진다.
향이 주는 각인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렬하다.
익은 땅 냄새를 맡으니 이맘때쯤 갔던 제주도가 떠오르고,
제주도를 떠올리니 끝없이 푸르던 바다가 떠오른다.
그와 함께 같이 놀았던 사람들까지.
그들은 지금 뭐 하고 지낼까.
다시 만나도 참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는 상황이 안 맞으니 모두가 함께할 수 없다.
그게 아쉬우면서도 더 추억을 미화시키는 것 같다.
가질 수 없는 게 더 좋아 보이는 것과 비슷하달까.
사실 당장 만나자고 해도 나조차 나갈 상황이 못된다.
지금 나는 가진 게 너무 없어서
이제는 좀 나를 만들고 쌓아나가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추억의 향수가 나를 자극해도,
흔들리지 말고 똑바로 서있자고 다독여본다.
예전에는 날씨가 좋아서 마음이 흔들린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
이러다 비 오는 날에도 좋은 추억이 생기면, 추운 날에도 생기면 어쩌지?
사계절 내내 흔들거리며 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