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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쓰기 7일 차] 날씨가 좋으니 마음이 흔들려

사계절 내내 흔들릴지도

by 산하 Sanha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다.

베란다 문을 열어놓으니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고

커튼 사이로는 해가 들어온다.


특히 날씨가 좋을 때면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뭔가 잘 익은 땅 냄새?


그런 여러 가지를 몸으로 받아내니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다 흐려지고

당장 떠나고 싶어진다.


향이 주는 각인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렬하다.


익은 땅 냄새를 맡으니 이맘때쯤 갔던 제주도가 떠오르고,

제주도를 떠올리니 끝없이 푸르던 바다가 떠오른다.

그와 함께 같이 놀았던 사람들까지.

그들은 지금 뭐 하고 지낼까.


다시 만나도 참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는 상황이 안 맞으니 모두가 함께할 수 없다.


그게 아쉬우면서도 더 추억을 미화시키는 것 같다.

가질 수 없는 게 더 좋아 보이는 것과 비슷하달까.


사실 당장 만나자고 해도 나조차 나갈 상황이 못된다.




지금 나는 가진 게 너무 없어서

이제는 좀 나를 만들고 쌓아나가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추억의 향수가 나를 자극해도,

흔들리지 말고 똑바로 서있자고 다독여본다.


예전에는 날씨가 좋아서 마음이 흔들린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


날씨 자체가 아니라 날씨가 좋을 때 있었던

즐거웠던 기억이 마음을 흔드는 거였다.


이러다 비 오는 날에도 좋은 추억이 생기면, 추운 날에도 생기면 어쩌지?


사계절 내내 흔들거리며 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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