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이와 기쁨이
최근 편의점에서 근무하며
매달 월급을 미루는 사장님과
인류애를 바닥나게 하는 손님들을 종종 마주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였나 보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모르는 사람을 볼 때 방어적으로 대하며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다.
편의점 점주가 바뀌며 갑작스러운 당일 해고 통보를 받았고
일상에 큰 지장을 주는 건 아니지만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장님의 태도에 많이 화가 났다.
(심지어 근무도 내가 물어보니 어제가 마지막이라고 말해준 거였다.)
알바몬을 뒤져가며 2군데 지원하고 한 곳의 면접을 봤지만
공고와 실제 말하는 스케줄이 맞지 않았고 별 소득 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난 항상 일을 잘한다는 자신감에 차있지만,
낯선 사람을 상대하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좀 이상했나..?' 하는 생각에 기가 죽는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건 다른 거니까
신경 쓰지 말자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어
'내가 이제는 알바하기에 나이가 많은가..?'
'내 표정이 이상했나..?'
'대답이 이상했나..?'
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도 쌓이고 방어기제가 올라가면서
모든 걸 삐딱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오늘 새로 면접 본 곳의 사장님은
문자를 단답으로 하시는 분이었는데,
내 마음이 꼬여서 그게 참 별로였다.
충분히 그럴 수 있고
또 막상 만나보니 연배가 있으신 분이라
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보기 전까지는 혼자서 옛날의 안 좋았던 경험들을 꺼내보며
'저번 어떤 가게 사장님처럼 말하면 나도 이렇게 말해야지'
'떨어질 것 같으면 그냥 이력서도 가져와야지'
(집에 프린터가 없어서 pc방 가서 뽑아야 함.)
온갖 안 좋은 상황들을 상상하며 독기를 품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웃기다.)
물론 면접 보기 전에 최대한
사람 좋아 보이는 표정과 순한 목소리를 장착하며
절대 티를 내진 않았다.
이런 혼자 베베 꼬인 마음을 풀어준 건 사장님의 따뜻한 손길이었다.
테이블에 앉을 때부터 음료수도 건네주시고
이야기하면서 손을 붙잡고
"인상이 너무 좋아서 꼭 같이 일하고 싶다~"
말씀해 주시는데 웃기게도 그 순간 마음이 사르르 녹으면서
'좋으신 분...! 여기서 오래 일해야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다른 곳도 지원하려고
이번 면접 끝나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려고 했는데
사장님을 실망시키기 싫어서 그냥 포기했다.
면접이 끝날 땐 빵도 챙겨주시면서
다음 주에 보자고 하시는데 집에 걸어가며 기분이 너무 좋았다.
별것도 아닌데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하는 게
웃기면서도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
.
사람은 살면서 끊임없이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고 한다.
"꼭 같이 일하고 싶다~" 이 말에서
걱정하던 나이, 표정, 언행 등 문제가 있나? 싶었던 부분들이
괜찮다고 인정받았다 느꼈다.
오늘 다시 한번 문득 드는 생각은
모두에게 상냥할 수 없고 굳이 상냥할 이유도 없지만,
그럼에도 타인에게 상냥한 것은 좋은 영향을 끼치는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