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사진작가?
집에서 혼자 일해보겠다고 설친 지 얼마나 됐을까.
작심하루만 300번쯤 했을 때 깨달았다.
난 글렀다, 나가서 돈이나 벌자,,,
주 3일로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주 5일 풀타임 일자리를 구하기로 했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상황이니 바로 이직했어야 했는데
혹시 옮긴 곳에서 바로 출근하라고 할까봐
하던 일을 그만두고 나서 구직을 시작했다.
그러고 2주를 놀았다.....
금방 구할 수 있을 줄 알았건만, 난 메타인지가 부족했나 보다.
그리고 프리랜서 보다 그냥 일하는 걸 선택해서 그런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서 웹툰만 봤다.
알바몬이나 잡코리아 뒤져보다 괜찮은 거 지원하고
웹툰 보고
밥 먹고
웹툰 보고
화장실 갔다가
웹툰 보고 잤다.
얼마 전에 유퀴즈에 나온 어떤 똑똑한 분이 한 실험 결과를 말해줬었는데
대학생 5명을 데려다 3주 동안 침대에서만 생활하는 연구를 진행했는데
유산소 능력 어쩌고가 절반으로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40년 뒤쯤 데려다
유산소 어쩌고 능력을 또 검사했더니 수치가 똑같았다고.
결국 40년을 더 늙고 싶으면 침대에서만 생활하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난 이미 5년 정도를 침대에서만 살아왔는데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걸까요, 박사님...?
아무튼 그러다 2주 만에 새로운 직장을 구했는데
바로 웨딩 스튜디오다. (웨딩사진 찍는 곳)
처음 가자마자 들었던 말.
"사진 찍은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예...?(동공지진)"
알고 보니 사무와 포토그래퍼 2개의 공고를 올렸는데
내가 둘 다 구경하다가 포토그래퍼로 잘못 지원했던 것이다.
(날 병신이라고 욕하지 마라.)
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은 이 지역 제일가는 멍청이 때문에 시간 낭비 했다고 생각하겠지.'
탭댄스를 추는 심장을 감추며 죄송하다고 일어서려는 찰나
"어차피 다른 인원도 구하니까~"
라며 면접이 진행됐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스튜디오라 그런가, 면접 중
"혹시 사진은 관심 없어요?"
"예? 없진 않은데..(개이득..?)"
그렇게 난 지금 카메라를 조금씩 배우고 있다.
입사하고도 나름 다이나믹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건 나중에 쓰겠다.
일단 배울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긴 한데
찍었다 하면 컴플레인 들어오는 작가가 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초조하기도 하다.
이 말을 쓰니까 더 초조하다. 망했다.
회사로만 치면 이번이 3번째 회사고
아르바이트로 치면 열몇 번째인데
과연 난 이 분야에서 정착할 수 있을까?
이제 슬슬 하나를 정하고 돈을 좀 모아야 할 것 같은데
이번 직업이 나에게 맞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