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분석을 아시나요?
상권을 아는 거랑 지리를 아는 것은 다르다
30대 중반 경력직 과장으로 한 프랜차이즈 회사의 상권개발팀에 입사했다.
상권개발팀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개설하는 부서이다.
막 입사했을 때 사수였던 부장님이 오픈준비 중이던 점포가 우연히도 의정부였다.
나는 의정부에서 18년을 살았고, 2년간 편의점 상권개발을 했었기에 골목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었다.
가맹점 오픈전 상권개발팀은 상품, 마케팅, 구매, 영업 등 유관부서를 불러 상권브리핑을 한다.
상권에 맞춰 마케팅과 영업활동, 상품구성 등을 하기 위해서다.
당연히 나도 참관을 하게 되었고, 해박한 지역 관련 지식을 뽐내며 경력직 직원 능력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을 회사 사람들에게 제대로 신고식을 해줄 생각을 가지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상권브리핑이 끝났다.
나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고, 심지어 의정부에서 사니까 부연설명을 해보라고 할까 봐 진땀이 날 정도였다.
아무 연고도 없던 부장님은 18년을 의정부에서 산 나보다 의정부를 더 잘 알았다.
주민들의 주연령대, 소득과 소비 수준, 가구의 형태를 근거로 상품구성을 주문했고, 버스 노선이 잘 되어 있는 지역 특성을 설명하는가 하면, 주민들의 생활 반경과 동선까지도 파악해서 영업과 마케팅 활동을 제안했다.
네이버 길 찾기를 해도 안 나오는 지역 주민만이 아는 시크릿 꿀경로를 연고도 없는 사람이 얘기하고 있으니 지역주민은 정말 기가 막혔다.
브리핑이 끝나고 부장님이 내게 물었다.
"혹시 내 설명 중에 틀린 거 있었냐?"
나는 정말 놀라서 물어봤다.
"부장님 정말 의정부에 아무 연고가 없으신 게 맞아요?
어떻게 18년을 산 저보다 더 잘 아세요?"라고 물었다
아부가 아니었다.
그때 부장님이 말씀하시길
"네가 오랫동안 살았으니까 지리는 잘 알겠지, 지리를 아는 것과 상권을 아는 것은 달라"
이 한마디가 지금까지 내 인생 중 전환점이 된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