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됐을 때.. 마흔 됐을 때..
흰 수염 날 때쯤
옆머리부터 생기기 시작한 흰머리는 이제 앞머리와 뒷머리에도 꽤나 보이기 시작한다
흰머리가 새치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할 때도 난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별생각 없었다.
서른이 됐을 때 그랬다.
주변에 후배, 동생들이 계란 한 판이다 이제 아저씨다 했을 때도 나는 별 생각도, 동요도 없었다.
흰 수염이 나기 시작한다.
콧수염과 턱수염 군데군데 흰 수염이 꽤 생겼다.
늙어간다는 생각이 확 들기 시작한다.
신경 안 쓰던 주름들과 낯빛이 거슬리게 신경 쓰인다.
마흔이 되니 이렇다.
서른 되기 전 20대 후반엔 나이를 올려 서른이라 말하고,
마흔 되기 전 30대 후반땐 만 나이를 쓰기 시작한다.
서른이 됐을 때 아무것도 없어도 당연했고, 당당했다.
마흔이 됐을 때 아무것도 없는 게 비참하고, 주눅 든다.
서른이 됐을 때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려 노력했고,
마흔이 됐을 때 할 수밖에 없는 일을 하려 노력한다.
서른이 됐을 때 10대, 20대만 돌아봤는데, 마흔이 되니 50대, 60대 이후 걱정만 든다.
서른이 됐을 때 내가 가장 뛰어나고, 잘 나갈 거란 자신감이 충만했는데 마흔이 되니, 평균만이라도 되고 싶다.
서른 될 때 궁상이라고 표현한 것은 마흔 돼서 보니 절약이었고, 서른 될 때 용기라고 포장했던 행동은 마흔 돼서 보니 무지로 둘러싸인 무모함이더라.
서른 될 때 앞으로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안되고 마흔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