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굉 소리내는 냉장고 옆에서
일주일에 한 번 방을 청소한다. 깨끗해질 거라는 희망 속에서 내 일주일 간의 흔적들을 지워나간다. 그 순간만큼은 깨끗하게 만드는 행위에만 집중할 수 있다.
할 수 있을까?
하는 데까지 해보자.
이 두 생각이 스위치처럼 계속 켜졌다 꺼졌다 반복한다. 머릿속 전원은 하루종일 꺼지지 않고 전력을 끝까지 소비한다. 굉음을 내면서 돌아가는 냉장고에 붙은 에너지 소비량 딱지처럼, 절대 효율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내 전기를 쪽쪽 빨아댄다.
생각에 잠식되지 않으려 음악을 듣고, 잠시 주의를 달팽이관으로 돌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고민거리가 스윽 날 부른다. 생각들이 계속 메아리처럼 이리저리 부딪히다 너무 커져 빨라져 멈추기가 어렵다. 모든 ‘청춘’이 이런 걸까. 저번 몇 달은, 청춘이 아까울 만큼 행복한 순간들이 꽤나 자주 날 아껴줬는데. 여기에서도 행복한 방법을.. 내가 앞으로 살아갈 방법을 아직 몰라서, 여기에서 끝을 봐야 한다는 조급함이 괜히.. 이 생각 덩어리들을 가지고도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