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민주주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우리가 어찌 되는지 몰랐습니다. 민주열사들과 민주화운동을 배우긴 했지만,수박 겉핡기 식이었지요. 학교는 사회탐구 중 '법과 정치' 과목에 대한 선택권을 열어두었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마이너한 과목입니다. 그 어떤 선생님도 민주주의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수업중 정치적인 발언'을 조심하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민주주의에 대해 막연하기만 했고, 또 당연한 것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박근혜 정부를 맞이 했습니다. 저는 이를 계기로 민주주의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는 4.19혁명, 부마항쟁, 광주의 민주화운동, 서울의 봄, 노동운동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자랑스런 역사 가운데 시민의 피가 묻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때로는 운동권 학생들이 주도해서, 때로는 평범한 시민들이 스스로 들고 일어나, 민주주의를 일구어 나갔다는 사실을 알아갔습니다. 제가 자유할 수 있음은 이들의 희생 덕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치개혁 하나 완수해내지 못하는 민주주의가 무슨 소용인가 싶었습니다.오랜 기득권과의 경쟁에서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개혁을 완수하겠다던 리버럴의 주장을 '가능성 희박한 희망' 정도로 간주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공부할수록, 이 사회의 성격을 뒤바꾸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해보였습니다.
경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제 친구들과 저는 그래서 육사입학을 희망했습니다. 저희는 토론 끝에 장교로 임관한 뒤 반역을 도모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물론 대안 모델은 좌파혁명정부였습니다. 박근혜 탄핵이 성공한 덕분에 그 작당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아직까지도 그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 받곤 합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정말 아찔한 작당입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한낱 고등학생들이 반란을 계획했다니 웃기기도 합니다.
저와 제 친구들 같은 고등학생을 양산하지 않으려면, 범진보진영이 유능해야 합니다.그리고 학교에서는 민주시민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시민들의 피부에 가닿는 민주주의, 일상의 민주주의를 뿌리내려야합니다.이를 바탕으로 ‘다시는 저희들 같이 불행한 학생들이 나오지 않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