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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재민 Sep 20. 2023

시민의 환대를 받는 피켓팅

2021년, 정의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을 추진했다. 정의당과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 국회에 국민동의청원을 넣고 연서명운동을 벌인 것이다. 정의당 포항시위원회도 이 운동에 동참한다는 공지를 보냈다.  


나는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이 썩 달갑지 않았다. 차별금지법의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이미 다수시민에게 외면받는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나는 차별금지법 보다 정당법개정이나 선거제도 개혁과 같이 정의당의 존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의제들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지도부의 결정을 존중했기에 정의당과 함께 피켓을 들고 포항시내 한복판에 섰다.     


이 날 받은 피켓은 ”차별금지법 제정 하자! “며 결의에 차 있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피켓의 결의에 동조해주지 않았다. 마치 교실 구석에서 혼자 창밖을 보는 것처럼, 나는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기분이 들었다.     


범진보시민들의 염원은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 생활에서 느껴지는 변화였다. 수구정당인 국힘을 정치에서 배제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보수정당 역할을 맡는 대신, 여러 진보정당이 국회에 진입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정치, 그런 정치가 시민들의 바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법 개정과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다. 그러나 민주당을 주적으로 설정하는 바람에, 정의당은 범진보시민들의 넓은 비전을 온전히 수용하지 못했다.     


진보정당이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지 않으려면, 범진보시민들을 그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로 치부해서는 안됐다. 그들이 어떻게 민주당의 지지자이기만 한가. 시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의 대안으로 정의당을 꼽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정의당의 배신에 실망했다.    


 나는 시민들에게 외면받는 피켓을 들고 싶지 않다. 내가 속할 정당이 시민들의 염원을 적극 수용해서, 시민들의 환대와 응원을 받는 피켓팅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이제 비어있는 왼쪽을 공략할 새로운 진보정당이 필요하다. 진보정당들이 다들 우클릭만 할 때, 더불어민주당을 왼쪽으로 견인할 새로운 진보정당의 탄생이 절실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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