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의 공론장 침체

이데올로기로 세상을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존재, 사람

by 백재민 작가

우리는 지금 두개의 공론장을 갖고 있다. 하나는 서울의 출판시장,대학,중앙언론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중앙의 공론장’이고, 다른 하나는 오랜관성이 지배하는 ‘지역의 공론장’이다. 표면적으로는 민주화와 시장경쟁이 도래했지만, 중앙의 담론이 지역을 끌어안지 못하고, 지역은 과거권력과 결탁한 지식구조에 갇혔다. 우리는 왜 지역공론장이 침체했는지, 그리고 그 침체가 어떻게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지에 대해서 무심했다.


진영논리가 없는 학문,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 이론을 상상하는 것은 순진하다. 학문도 이론도 결국 사람이하며, 그 사람은 특정시대의 특정사회구조 안에서 살아간다. 확증편향을 의식적으로 지양하더라도, 연구자는 시대정신, 정권에 대한 견해를 가진다. 이데올로기를 필터로 세상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게 사람이란 것이다.


특히 한국현대사에서 학문과 이론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됐다.


산업화세대가 진리와 진실을 추구한다고 자부하던 과거세대의 학자, 지식인들께서도 진영논리, 특히 보수진영의 논리를 확대재생산 해왔다.


박정희정권의 유신체제와 전두환정권의 5공 체제하에서 '학문의 자유'는 정권의 안보논리에 좌지우지됐다. 대학은 진리탐구의 장이 아니라, 국가가 요구하는 인재를 공급하고 정권의 논리를 확대재생산하는 하부기관으로 기능했다.

리영희 선생님

정권에 비판적인 견해, 즉 좌측담론이 '분단사회의 진영논리'차원에서 금지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전근대왕조에 대한 반역'쯤으로 간주되었다. 마르크스주의는 물론이고, 정권을 향한 단순비판도 허용되지 않았다. 균등한 발전, 경제성장에 걸맞는 분배를 이야기한 경제이론조차 '용공(容共)'으로 낙인찍혔다. 리영희 선생님의 [전환시대의 논리] 같은 서적이 대학가에서 필독서로 읽혔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 지식시장이 정권의 통제아래 '시장성'을 잃었음을 반증하고 있다.


그시기, 권력과 결탁한 '기성어용지식층'은 국책연구기관과 대학의 요직을 차지하고 정권의 시책을 학문과 이론으로 뒷받침했다. 그러한 지식인들께서는 새마을운동의 성과를 부각하고,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성장의 필연성을 강조했다. 그러한 논리가 당대에는 진리나 진실로 받아들여졌으나 그 본질에 정권유지의 논리로 변질된 측면이 있음은 이제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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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릿출신 글쟁이. 넓은 스펙트럼을 지향하는 이단아. 평론과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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