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습니다, 노동의 희망이 있는 사회에서요

열심히 일한 만큼의 보람, 그 보람이 초라하지 않은 사회

by 백재민 작가

1800년대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그리고 미국으로 노예취급되어 팔려나간 흑인들은 미국에서 많은 고생을 했죠. 인간이하의 삶을 살며 중노동에 시달렸다는 사실은 잘알려져 있습니다.


농장주인 백인들은 즐겨먹던 닭고기에서 닭가슴살만 골라서 요리해먹고, 남은 닭다리살과 날개부위는 흑인들의 끼니로 지급했다 합니다. 남은 닭고기를 지급받은 흑인은 먹다남은 곡물가루로 반죽을 만들어 닭부위에 입혀, 튀겨먹었습니다. 우리가 잘알고 있다시피 이 음식이 치킨의 유래입니다.


반면 1800년대의 한반도는 어땠을까요? 당시 조선은 근400년간 이어진 사대부의 부패가 이씨왕조의 무능과 결부되어 세도정치를 맞이합니다. 왕실의 인척들이 관직을 돈받고파는 매관매직, 양반신분도 돈받고 파는 시기였습니다. 그런 조선사회에서 잘사는 사람은 더욱 잘살고, 못사는 사람은 자식새끼라도 돈 받고 팔아야,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일해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사라진 것이죠. 그러한 사회분위기 가운데 남성은 일나가는 대신, 처마마루에 앉아, 곰방대나 뻐끔거리고, 처자식은 각자가 알아서 먹고살길을 찾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연스레 전체사회의 생산량은 줄고, 먹을거리가 귀해집니다. 그런 사회에서 닭고기와 곡물반죽, 그리고 이를 튀겨낼 식용유는 그림의 떡이겠죠.


한번 생각해봅시다. 만약 1800년대의 백인농장주가 이씨왕조와 같은 개발도상국의 실태를 뻔히 알아서 흑인노예들에게 "저저 봐라,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어쩔뻔했냐.너넨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해"한다고해서 흑인노예들의 삶의 조건이 바람직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흑인은 당대에서 진화론,우생학 등의 '공인된' 학문에 의해 인종의 범위에 들지 못했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앵무새처럼 사람말을 할 줄 아는 유인원처럼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우리는 당시 흑인의 삶이 어떠했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시선을 2025년 대한민국으로 돌려보죠. 당장에 먹고사는 일이 시급해 1년뒤의 장래도 계획할 수 없는 이들이 오늘날의 저희세대입니다. 봉준호 영화감독의 영화기생충에서 명대사로 우리에게 각인된, "최고의 계획이 뭔지 아냐. 그건 바로 무계획이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게 인생이거든"에서 오늘날 저희세대의 계층적기반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대중적인 공감대는 이루말할 수 없죠. 큰 공감을 얻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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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릿출신 글쟁이. 넓은 스펙트럼을 지향하는 이단아. 평론과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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