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 창당대회가 끝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가 울렸다. 청년정의당 사무처장이었다.
"재민 위원장님, 제1차 전국운영위원회 회의 일정 나왔습니다. 5월 3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정의당사입니다."
전국운영위원회. 강민진 대표가 전국의 위원장들을 소집해 당의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구다. 나는 그 명단을 받아보고 한참을 멍하니 응시했다.
류호정, 장혜영.
정의당의 청년 국회의원 두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화면을 내려다보며 입맛이 씁쓸해졌다. 당직에 앉기 전부터, 나는 일개 당원으로서 이 두 의원을 비판해왔다. 내가 생각하는 진보는 '땅바닥'의 문제, '먹고사는'의 문제와 싸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자꾸만 '어떤 사람인가'를 앞세우는 정치에 집중하는 듯했다. 그런 내가 이제 그들과 같은 회의실에 앉아 당의 미래를 논해야 한다. 비위가 상했다.
회의에 참석하기 전, 나는 당의 복잡한 내부 지도를 파악해야 했다. 모든 조직이 그렇듯, 이곳에도 보이지 않는 '결'이 있었다.
거칠게 말해, 당의 주류는 전통적인 '운동권'의 색채가 강하거나, 혹은 '우리가 더 도덕적으로 옳다'는 식의 태도를 기반으로 움직였다. 반면 나는 '새로운진보'라는 의견그룹에 속해 있었다. 우리는 당이 그들만의 울타리를 넘어, 더 많은 노동자와 서민을 끌어안는 '대중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사람사는세상'의 가치를 진보의 영역에서 실현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지향은, 당내 주류에게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는 비난의 표적이 되곤 했다.
이 무렵, 정치권은 이준석현상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36세의 청년정치인이 국민의힘 당대표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진보진영은 혼란에 빠졌다.
나는 최근에 읽다 말았던 샹탈무페의 [좌파 포퓰리즘을 위하여]라는 책을 떠올렸다. 그녀의 주장은 대충이랬다. "정치는 원래 우리와 저들이 싸우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진보는 진짜적(신자유주의 기득권)과 싸우길 포기했다. 대신 자기들끼리 누가 더 도덕적인가를 따지는 선민의식에 빠져 대중에게 버림받았다. 이준석 같은 우파가 바로 그 버려진 대중의분노를 낚아채 간 것이다."
정의당내부의 혼란스러운 해석은, 무페의 진단을 정확히 입증하고 있었다. 나는 당내에 떠도는 세가지 유력한해석 모두가, 본질을 놓친 진단이라 생각했다.
첫번째 삽질
"거대 양당에 지친 청년의 열망"
일부 선배들께서는 "이준석현상은 기성정치에 대한 반발이므로, 제3정당인 우리에게도 기회"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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