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첫 진료를 다녀와서

by 캐타비

내일이면 처음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간다.
예전에는 잠깐 우울했다가도 금방 기운을 내곤 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거의 2주 동안 비슷한 증상으로 혼자 끙끙 앓았다.
‘더 나이 들기 전에 검진을 받아보자.’ 그렇게 결심하고 예약을 했다.

그리고 오늘, 정신과를 다녀왔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기대했던 건 심리 상담이었다.
나의 이야기를 충분히 하고, 의사 선생님이 공감해주면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
그런데 실제로는 검사와 간단한 대화 후 비교적 빠르게 끝났다.

검사 결과를 보니 다행히 ‘심각한 우울증’은 아니라는 진단이 나왔다.
검사지의 그래프에서 심한 사람들은 대부분 오른쪽에 몰려 있었는데, 나는 왼쪽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양새였다.

그렇다고 단순히 ‘기분만 슬픈’ 정도는 아니다.
확실히 우울감과 불안감이 큰 편이라,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문제는, 내가 검사 전에 정신과 약의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너무 많이 찾아봤다는 것.
그래서인지 ‘정말 이걸 먹어야 할까?’ 하는 고민이 여전히 남아 있다.

진료가 끝날 무렵에는, 뒷사람의 예약 시간이 다가와서인지 급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던졌다.


"정 그러면 공부라도 해보세요."


‘공부라도 해라.’
이 말을 듣는 순간,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멍해졌다.

나는 이미 내 자신에게 수없이 물었다.
‘그림 외에 뭘 배우고 싶은가?’
하지만 내 대답은 항상 같았다.
‘아무것도 배우고 싶지 않다.’

그런데 선생님은 덧붙였다.


“그림 학원이라도 다녀보세요. 서울에는 일러스트 학원이 많잖아요?”
“저는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학원에서 공부하면 기분이 좀 나아질 수도 있어요.”

그 말을 듣고 문득 깨달았다.
‘이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아마도 의사 선생님은 좋은 의도로 한 말이겠지만, 나는 그게 쉽게 와닿지 않았다.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그림 학원은 게임 원화나 웹툰 중심이다.
하지만 나는 그쪽 분야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이 조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마지막에 급하게 마무리된 느낌 때문에 약 처방에 대한 신뢰가 조금 떨어졌다.
과연 이 약을 복용해야 할까?
망설여진다.


진료를 받고 나서, 별다른 계획 없이 동네 카페로 갔다.
원래 잘 마시지도 않는 커피를 주문하고, 창가 자리에 앉아 한동안 생각을 정리했다.

‘나는 이제 그림에 대한 애정이 사라진 걸까?’
‘그렇다고 다른 걸 하고 싶다고 하면 뭐가 있을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잖아…’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내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카페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음악과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오히려 나를 침착하게 만들었다.
예전에는 이런 고민을 하면 불안과 스트레스가 더 커졌었는데, 오늘은 다르게 느껴졌다.
조금이나마 마음이 차분해지고 안정되는 느낌.

‘이 감정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언제 또 내면의 악마가 다시 기어 올라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나는 이 순간의 안정감을 최대한 오래 간직해보고 싶다.


오늘의 진료가 완벽하지는 않았다.
기대했던 것과는 다를 수도 있고, 내가 원했던 답을 얻지는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는 분명하다.
나는 스스로를 위해 첫걸음을 내디뎠다.

앞으로도 흔들릴 것이고, 또 고민하고 방황할 것이다.
그래도,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느려도 괜찮다.

그러니 오늘도 한 걸음 더 내디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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