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우울을 마주하는 방법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나의 고민

by 캐타비

나는 불안하고 우울할 때, 걷는다.
이어폰을 끼고 세바시 같은 강연이나 극복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걸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이 나를 더 깊은 생각으로 이끌었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감정이입을 하거나,
‘저 사람은 극복했는데 나는 왜 이럴까?’
비교하게 되는 순간, 내 불안은 더 깊어졌다.

그래서 이제는 이어폰을 가져가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걸으며 내 주변을 바라본다.
이게 의외로 잡생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나는 불안할 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공황장애’나 ‘극단적인 사고’를 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차가 지나갈 때 ‘교통사고가 날까?’
낯선 사람이 지나갈 때 ‘저 사람이 나를 해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내 미래를 떠올릴 때, 불안이 엄습한다.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을까?’
‘이제 그만두면 그동안 투자한 시간은 어떻게 되는 거지?’
이런 점진적인 미래에 대한 걱정들이 나를 짓누른다.

이것도 불안장애의 일종일까?
아니면 그냥 당연한 고민일까?


우울감과 불안이 처음 밀려왔을 때는,
한순간 ‘그냥 사라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자살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공황장애 증상은 아니다.
나는 잠도 잘 자는 편이고,
매일 한 번 이상은 어떻게든 일어나 걸으러 나간다.

그 이후에 생산적인 일을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청소도 하고, 책상 정리도 하고…
정말 손톱만큼의 성취 경험이지만,
그게 쌓이면 언젠가 더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


아직 나는 갈 길이 멀다.
한 번의 진료, 한 번의 상담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다.

느리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손톱만큼의 변화일지라도,
그것들이 언젠가 나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걷는다.
이어폰 없이,
그저 내 발걸음에 집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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