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 - 실비아 플라스, 벨 자

by 김지연

커리어 우먼으로서 도시의 사회 생활에 적응해 나가며 겪게 되는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일련의 사건들과 그 과정에서 정신적 심리적으로 쇠약해지는 과정을 담은 얘기다. 별 거 아닌 듯 전개되는 소설 속 담담한 문체 이면의 복잡 미묘한 심경 묘사와 시대 현실을 반영하는 페미니스트적 이슈들을 잔잔한 물 흐르듯 지극히 평범한 일상처럼 적어내려가는 필력이 인상깊다. 왜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읽히는지 알겠는 소설이다.




화자와 나를 분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좋다. 그래서 더 말하는게 조심스럽지만 내가 이해한다는 사실을 되새기는 것이 힘들기에, 굳이 나 스스로 벨자를 덮어쓰고 싶지 않아서. 이럴때 보면 사람은 참 다양한 면을 가진다. 그래서 재밌고 웃기다. 편한 상태에서 읽고 싶은 책. 나중에 내 모습을 정리해보고 싶을 때.


요즘 원문(원서)의 감동을 느낀지 오래돼서 조금 우울한 것 같다. 영어랑 조금 더 친하게 지내야할 것 같다. 내가 언어 공부를 좋아하는 이유는 원서랑 번역본은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 치고는 요즘 매우 소홀하지만. 그래도 그 감동을 한번 알고 나면 역시나 또, 쉽게 포기하기 힘들어지는게 인간의 욕심인가 싶어지는데 이걸 또 복잡하게 여러 문제에 끌고 들어가기는 싫고 그냥 글에 한정해서 얘기하자면 이래서 내가 언어 공부를 좋아한다는 말이다. 내 마음을 100% 쏟지 않았어도 원문이 주는 감동을 알겠는데 더 정성스런 마음을 쏟으면 얼마나 좋을지.


책을 진심으로 몰입해서 읽은 경험이 내게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뚜렷하게 설명할 수 없는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은데 그게 요즘은 쉽지 않아서 그게 힘들다. 내 삶을 투영하지 않고 그 이야기에만 몰입하는 것 만으로도 감정이 풍부해지고 눈물이 벅차오르는 기분을 너무너무 갖고 싶다. 문장들이 갖는 아름다움을 그냥 그 자체로 느끼고 그것에 집중하고 싶다. 내가 느끼는 감정에 나 혼자 오롯이 잠겨있을 수 있는 기회, 그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그 기분을 제대로 느낀지 너무 오래돼서 리뉴얼 좀 하고 싶은데 그게 맘처럼 쉽지 않다. 그냥 옛날에 그랬던 순간들을 떠올리면 가끔 속상하면서도 감사할 뿐이고. 그냥 앞으로 내가 살아야 할 삶이긴 한데 그래도 이런 부분에 대한 욕심은 쉽게 버리기 힘들다. 앞으로 지금보다는 분명 더 온전한 내 순간들을 만들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은 하지만. 어쨌든 옛날보다 감정이 메마른 것 같은 건 사실이다. 그래서 오히려 비문학에 더 끌리는 순간들도 있는 게 맞고. 그냥 이것도 지금의 내 모습이니까 사랑하고 아끼고 싶긴 한데 감정적으로 풍부했던 때가 그리워지는 순간들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생각해보면 감정적으로 풍부했다기 보단 감정적으로 솔직했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감정적 이성적 측면이 상호 호환이 잘 되던 때. 쓰고 보니 또 되게 과거의 나를 그리워 하는 것 같아서 안쓰럽지만 그냥 이것도 내가 되찾고자 하는 내 건강의 한 측면이니까 내 목표를 기억하는 데 필요한 거라고 여기겠다.


내가 바르고 선한 방향에서 솔직하게 느끼는 바를 표현하고 행동했던 순간들 (간단히 말해 내 진심이 닿는 곳에 도움 주는 것을 별 생각 없이 마음에 이끌려 행했던 순간들)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내 선한 진심에 대한 내 집중력이라고 믿기에. 나 자신에 대한 믿음도 강해지고. 옛날 생각에만 잠겨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고 그렇지도 않다. 그러니까 오늘도 일단 뭐라도 새로운 걸 공부하고 내 마음에 들어오는 건 최대한 잘 담아보고 싶긴 하다. 그럴 때 나도 더 행복하고 건강하니까. 그래도 요즘 꽤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내가 진심으로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순간들이 넘쳐나지 않아도 천천히 하나 둘 꾸준히 나를 찾아오는 것 만으로도 나는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내가 너무 좋다. 새로운 사랑을 찾는 과정도 좋고 그걸 담아내는 내 방식이 나는 좋기 때문에. 가끔 부작용이 나긴 하지만 그건 나도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치고 싶다. 앞으로 나는 더 많은 걸 사랑으로 담아 낼 자신이 있어서, 분명 어떻게든 나는 사랑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좋고 행복하다. (210730 4:00PM)


(220621) "화자와 나를 분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좋다." 고 했던 나의 지난 후기와 다르게 지금 이 시점에서 나는 누구보다고 화자와 나를 일치시키고 그녀와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또다시 이렇게 슬픔과 고난을 겪는 인물과 나를 동일시 하는 경험을 하는 게 힘들지만 이게 나의 인격적 성장에 도움이 되리라 믿으며 희망과 긍정의 힘으로 내 삶을 바라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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