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탈리스트> 감독 브래디 코뱃 2024
3시간 35분, 거부감부터 드는 러닝타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 장담하는 것은 이 영화를 본 당신은 어느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브래디 코뱃 감독의 브루탈리스트는 가상의 인물인 건축가 라즐로 토스가 홀로코스트를 피해 미국으로 온 뒤 벌어지는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속에서 라즐로의 감정은 다면적이고 욕망은 쾌락적이며 예술가로서의 고집과 신념은 지극히도 아름답다.
영화의 경이로움은 인트로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내 에르제벳의 편지를 읽는 목소리와 바삐 움직이는 라즐로를 따라가다 보면 끝에 다다라서 뒤집힌 자유의 여신상이 나온다. 자유의 상징인 여신상이 뒤집혀 있는 모습을 통해 앞으로 라즐로가 겪을 운명을 보여준다. 박해를 피해 자유의 땅으로 온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박해에 시달린다. 어떠한 이유로도 바꿀 수 없는 인종과 본인의 정체성인 건축가로서 자존심으로 말이다.
건축에서의 브루탈리즘은 장식적인 요소를 대부분 제거하고 노출 콘크리트와 같은 재료로 건물 구조 자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건축 방식이다. 영화는 제목뿐만 아닌 구조에서조차 브루탈리즘을 따라가고 있다. 영화는 극의 중간중간 전경이 보이는 설정 샷을 사용해 관객이 영화와 거리를 두어 스스로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다.
라즐로가 일하던 막노동 현장, 영화 속 첫 작품인 서재, 뉴욕의 전경, 마지막 작품의 전경까지. 설정 샷을 통해 보이는 전경들은 압도되는 웅장함을 선사한다. 이런 설정 샷들은 샷과 샷 사이, 씬과 씬 사이 비어있는 여백의 순간들을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의 상상력을 활용해 3시간 반짜리 영화에 한 사람의 인생을 담아낸 것이다.
이 영화는 불안하고 불편한 영화다. 극이 진행되면서 라즐로는 점점 약에 취해가고 건물에 대한 집착은 더 커져만 간다. 고귀하고 점잖아 보이는 밴 뷰렌은 시기와 질투로 가득 찬 인물이며 두 인물 간의 갈등은 주위 사람까지도 폭력적인 상황으로 내몰아 버린다.
그렇지만 영화의 구조는 브루탈리즘 건축물처럼 견고하고 미장센은 눈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인물의 감정은 섬세하고 허구의 인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이 영화를 보는 것이 누군가에겐 안 좋은 경험이 될 수도, 누군가에겐 황홀한 경험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번 시도해 보길 바란다. 다른 건 몰라도 정말 끝내주게 잘 만든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한 줄 평론 - 구조와 형태의 아름다움, 영화와 브루탈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