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자취

by 실상과 허상


돌을 연못에 던지면 물결이 퍼져 나가고, 배가 지나가면 파도가 퍼져 나가며, 태양에서 출발한 빛은 멀리 퍼져 우리에게 다가온다. 눈에 보이지 않게 퍼져 나가는 것들도 많다. 자동차가 지나가면 소리가 퍼져 나가고,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휴대전화·라디오·TV 등은 송신탑에서 전파 신호를 퍼뜨린다.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수많은 전파와 소리는 각자의 신호를 지니고 서로 부딪치지 않으며, 원형이나 구의 형태로 자연의 질서에 따라 퍼져 나간다.

생각의 모습도 이와 비슷할 수 있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한 생각은 마음의 공간 속으로 퍼져 나간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크고 작은 생각들은 각자의 길을 유지하며 문제를 해결하기도,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면서 퍼져 나간다. 이렇게 퍼져 나가는 생각은 나무의 결, 혹은 나이테처럼 마음속에 자취를 남긴다. 나무의 결에서 겨울의 결은 진하고 촘촘하며, 여름의 결은 부드럽고 넓다.

마음속에서 퍼져 나가는 모습이 실상이라면, 그에 남는 자취는 허상일 수 있다. 문제를 일으키고 어려운 생각은 겨울의 결로 남고, 문제를 해결하며 즐거운 생각은 여름의 결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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