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첩 백 원
서기 1982년 6월 9일 수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없음
일어난 시각 : 오전 7시
100원을 가지고 가서 문방구에서 수첩을 샀다. 수첩은 참 예뻤다. 내 동생도 내 수첩이 예쁘다고 막 갖고 싶어 했다. 그러나 내 동생은 1학년이니까 수첩은 쓸 수가 없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 동생도 나와 같은 3학년이면 좋겠다고.
-예쁜 수첩 잃어버리지 말고 아껴 써요.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센터에서 제일 늦게 가는 3학년 학생이 사무실에 들어와 컴퓨터 작업을 하는 내 옆에서 일하는 것을 바라보며 종알종알 수다를 떨다가 이런저런 질문을 한다.
선생님 옛날에는 이런 작업을 어떻게 했어요?
옛날에는 컴퓨터가 없어서 손으로 다 써서 기록했지.
그랬어요? 어떻게 그렇게 했어요?
선생님 젊었을 땐 손으로 쓰거나 타자기를 사용하여 문서를 만들어서 결제를 받고 보관하곤 했었지.
아하~.
내가 작업하는 걸 바라보면서 방해 아닌 방해를 하기에 수업에 참석한 명단을 불러달라 하니 조용히 일을 도와준다. 퇴근 전 아이들의 수다 방해공작 속에서도 마무리하려 했던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행복사 한 곳에 작업을 하지 않고 기존틀에 작업을 하여 내일 다시 일을 해야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아줄걸.
태권도 관장님이 오셔서 두 자매가 하원하고 난 후
혼자 당직을 하며 생각해 보니
내가 컴퓨터를 접한 건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였다.
교육과정에 있으니 약간의 보여주기식이었는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수업을 했던 거 같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집에 컴퓨터가 있는 집이 몇 안되었고
손으로 과제를 써서 냈으며
교수님들은 손글씨로 쓴 과제를 일일이 읽어서 점수를 내곤 했었다.
글을 응모할 때도 원고지에 써서 내기도 했던 거 같다.
그러다가 95년도쯤 되면서 집에 컴퓨터가 생겼다.
컴퓨터 화면에 쓴 글씨가 종이로 프린트되어 나오는 걸 보면서
손글씨와는 다른 깔끔함에 탄성을 지르곤 했다.
그 시절 손글씨를 정자체로 예쁘게 쓰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 학생들은 각 반의 서기가 되어 학급회의 할 때 칠판에 글씨를 적고 일지를 쓰는 일과 학급문고를 만드는 일을 담당했었다.
메모는 항상 수첩에 했고
다이어리에 만남이나 스케줄 등을 기록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손글씨를 예쁘게 쓰는 사람들이 부럽다.
핸드폰 메모장이 아닌
다이어리에 손으로 직접 눌러쓴 정갈한 글씨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