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와 이모부
서기 1982년 7월 4일 일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심부름
일어난 시각 : 오전 7시 15분
이모와 이모부가 온다고 어제 낮에 전화를 하셨다. 기분이 참 좋았다. 그런데 엄마께서 12시면 온댔는데 1시가 되도록 안 왔다. 3시가 되자 이모와 이모부가 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모였다. 이모부가 수박 아주 싱싱한 것을 사가지고 오셨다. 차도 가지고 오셨다. 그러나 차 가지고 갈지 모른다. 그래도 이모와 이모부가 와서 아주아주 좋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오늘같이 즐거운 날은 없다고 생각했다.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30분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정말 즐거웠겠구나.
어릴 적 이모는 참 예뻤다.
여름방학 때 시골에 놀러 갔었는데
예비 이모부가 할아버지께 인사하러 베지밀을 사들고 찾아오셨다.
그때 예비 이모부를 처음 봤었다.
큰 키에 말쑥한 차림을 한 조금 긴 얼굴의 남자였다.
이모는 예비이모부와 숲길을 걸으며 데이트를 했었고
그때 나와 동생도 옆에 있었다.
이모의 수줍은 듯한 목소리와 얼굴 표정이 생각난다.
다른 대화는 기억 안 나는데
예비이모부가 이모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어떤 색을 좋아하세요?
그때 이모의 답변은
하얀색이요.
무성한 초록잎 가득한 나무가 양옆으로 줄 서 있는 여름 숲길을 걸었던 그 시간이 생각난다.
이모에겐
그리운 청춘의 시간이고
나에겐 천진한 어린아이의 시간이었다.
스물다섯 살 꽃다운 이모가 결혼했을 때 참 곱고 예뻤다.
이모부가 부자라는 것도 너무 좋았다.
이 당시 자가용을 끌고 왔으니
동네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동네 친구들도 부러움으로 쳐다보아서
내 어깨도 왠지 으쓱해졌다.
어린이대공원 다음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