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팽이
서기 1982년 7월 24일 토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동생 본 것
일어난 시각 : 오전 6시 13분
옆집에 사는 현진이와 현수가 팽이를 사서 놀았다. 혜미도 사달라고 울었다. 엄마께서 팽이를 사주셨다. 그런데 내가 팽이를 한 번도 안 던져봐서 그냥 현진이가 하는 대로 감아서 하니까 잘됐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전에는 뭘 몰라서 얄미워했는데 지금 와서 이렇게 나한테까지 알려줬으니까 참 착하다고 생각했다.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30분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뭘 몰라서 얄미워했다는 건
현진이를 잘 몰랐기에 그 애에 대한 오해가 쌓인 것이었겠고
나한테까지 알려줬다는 걸 보니
다른 애들은 알려주고 나는 알려주지 않아서 얄미워한 거 같고
지금은 나에게 팽이 돌리는 법을 알려주는 현진이가 착하다고 생각한 것이리라.
팽이 돌리기를 했다는 일기를 읽는데
왜 오징어게임에서 사냐 죽냐를 가르는 팽이 돌리기가 떠오르는 걸까.
어릴 때는 모든 게 놀이였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사냐 죽냐 같은 놀이만 있는 거 같아서
삭막한듯하다.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서 꽃을 피워내듯
황무지를 개척하는 삶이
어른이 되어가는 관문 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