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조사

by 푸른 잎사귀

“이런 메일이 올 줄 알았다니까. 이번에 사건 일어난 게 우울증 때문이라면서요?”


보건복지부 아동보호자립과에서 종사자 중 정신질환자나 마약류에 중독된 자 현황을 파악하고자 한다며 비정형 업무보고로 제출하여 달라는 메일을 보고 난 후 센타장이 말한다.


“센터장님, 그게 우울증 때문이 아니래요. 병원에서 진단서에 우울증이라고 명시해 놨을 뿐이래요. 우울증의 종류도 굉장히 많다고 하던데요?”


센타장 말을 듣던 L이 말하자 센타장이 다시 말한다.

“우울증의 종류가 우울증, 정신질환, 공황장애 이렇게 있다고 하네요. 우리 종사자들 중에는 우울증 약 먹거나 치료받으신 분 없죠? 혹시라도 수면제 처방받은 경우도 다 말씀해 주세요.”


센타장의 말에 모두 대답이 없다.

사실 모두라 함은 아니다. 선임은 5시 퇴근을 했고, N은 연차다.

나와 L만 있을 뿐이었다.


“다들 없죠?”

“네. 없습니다.”


센타장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내가 한마디 한다.

“센타장님, 이런 걸 조사하려면 구두로 물어보고 보고 하는 게 아니라, 병원에 진료받은 게 있는지 없는지 진료기록을 떼어 오게 해서 정확히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내 질문엔 답변이 없고 센타장은 자신의 말을 이어나간다.

“L선생님, 미혼이니까 혹시라도 정신과상담이나 우울증 약 처방받고 하는 거 조심해요. 미혼인 사람들은 이런 것 때문에 결혼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내가 전에도 말했듯이 애들 ADHD라고 약 먹고 진료기록 남고 하는 거 나중에 불이익당할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 거예요. 이제 정신과 약 먹는 사람들은 돌봄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일하는 게 많이 제약이 있을 거예요.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약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우리 직원은 없는 걸로 보고 할게요.”


“네.”

둘이 사무적으로 짧게 대답했다.


퇴근길에 L과 위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언제는 우울증 있으면 병원 가서 상담받고 약 처방받아서 먹는 게 더 낫다. 선진국에서는 정신과 상담받고 하는 게 감기로 병원 가는 거처럼 자연스럽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정신과진료받는다는 거 부끄러워하거나 숨길 필요 없다는 말들을 방송에서 의학전문가들이 나와서 많이들 이야기하고는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 와서 그러한 기록이 있는 사람들은 취업의 문도 더 좁아지고, 지금 다니던 직장에서 갑자기 낙인이 찍히게 될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레 퇴사로 이어질 것이고, 이러다 보면 이런 불합리함을 겪기 싫어서 아파도 병원치료 안 받고, 약 먹으면 괜찮아지는데도 치료시기를 놓쳐서 오히려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더 큰 범죄가 일어나면 어쩌나 걱정된다. 조사를 해야 하는 건 맞다. 그런데~하며 서로 끝을 맺지 못하고 한숨을 쉰 후 이야기를 마치고 각자의 지하철 노선으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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