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 앞에서

by 푸른 잎사귀

검은 머리로 시작하듯

연탄도 검은 몸으로 태어난다

손으로 전해지는 묵직함이

젊은 날의 어깨처럼

쉽게 내려놓을 수가 없다


까만 머리의 시절

세상을 떠받치듯 살았고

속에 그을음 가득 안은 채

무게로 하루를 견뎠다


연탄은

자기 안을 태워

집 하나를 데우고

기나긴 밤을 지나서

조용히 희어간다


다 타고나면

연탄은 가벼워진다

붙잡고 있던 검은 고집과

어깨에 얹었던 힘을

불 속에 두고 나온다


그래도

여기서 끝은 아니다


눈사람을 만드는

아이들의 손을 도와

겨울 한가운데

웃음을 세운다


눈길 위에 흩어져

사람의 발에 밟혀

가루가 된다


검은 시간에서

흰 시간으로

사람도 연탄도

자기 몫을 태우며

다음의 온기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