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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5학년과 40살 엄마의 학원전투

아이에게 둘러친 착각과 집착을 걷어내자 _ 엄마의 새로운 출발점 40대

인생을 자신이 계획한 대로 주도적으로 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환경과 분위기에 의해 맞춰지고 조성된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과 수입의 많은 부분을 교육비에 쏟아 붓는 가정에서 자라는 대부분의 요즘 10대들은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대신 그에 따른 보상을 바라는- 기브앤테이크의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메커니즘에 의해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기는 어렵다. 아빠는 밖에서 돈을 벌고 엄마는 집 안에서 아이의 교육과 가정사를 담당하고 아이는 공부를 한다. 아이가 주도적이 되려는 발언을 하는 순간 말대답, 버릇없는 녀석이 된다. 이는 완벽히 분업화된 시스템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분업화는 비즈니스나 산업에서 가능한 영역이다. 감정이 있는 인간이 어찌 이런 짜여진 메뉴얼대로만 작동하겠는가... 하지만 나도 믿었다. 자녀라면 응당 부모의 노력에 상응하는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어야 하고 이대로 따르지 않으면 도대체 어디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살피며 세상이 끝날 것처럼 불안해한다. 이 시스템이 가정이 잘못 적용되었다는 생각은 못한 채... 나도 그랬다. 



내 아이를 학원에 보낸 만큼(돈, 시간 투자) 실력이 올라야 하는 것이 마땅하고, 학원에 전기세 내 주러 다니는 아이가 내 아이일 수는 없으며, 사교육에 바친 교육비만큼 아이의 성적은 나날이 오르리라 의심치 않는...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굳건한 믿음은 유지되지 않는다(내 아이일 수 없는 상위권 제외). 초등에는 적어도 공부 습관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공부하는 연습을 해야 하고, 중등부터는 내신 관리 및 숙제도 자기 주도적으로 척척해 내야하고 고등때는 대입을 위해 앞뒤 없이 달려야 하는 이러한 명확한 엄마의 계획이 아이아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짜여진다. 단, 오직 부모의 머릿 속에만... 아이는 생각없이 그저 해맑다. 



아직 초등 5학년인데 벌써 뭐 그러냐 하는 이들도 있지만, 초등 5학년이면 이미 중등 수학을 선행하는 아이들도 있다. 초등이 중등 공부하는게 정상은 아니다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게 따라 가는 아이들은 도대체 뭘까 하는 신기함도 든다. 상향된 표본들이 온갖 정보로 여기 저기서 들려온다. 그 아이들처럼 대단한 걸 하라는게 아니라 지금 다니는 학원 숙제만이라도 제발 빠지지 말라고 하는데 그게 힘든걸까? 


워낙 옛날의 일이 되어버렸지만 사실 나 때는 초등때 학원을 다니며 매일 숙제는 하는  것도 사실 모범생아이들이 했던 거 같은데 이제는 특별함의 일상화가 교육에도 침투한 거 같다. 마치 그런 습관을 초등때 안 들여 놓으면 평생 낙오할 것처럼 부추기는 교육계와 그에 휩쓸리는 부모들(나 포함) 



학원도 대충다니며 수업 빠지고 놀러가고 싶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끌어다 놓고 애원하다시피 당근과 채찍으로 설득하고 위협했다. 거기다가 남편은 그럴 꺼면 학원 다니지 말라는 엄포까지. 이대로 그만 두면 다신 공부안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왜 엄마만 느끼는 걸까... 아이는 학원 다녀주는 걸로(?) 엄마한테 유세를 하고 짜증을 부린다. 그런 말들을 듣고 있으면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안 들어본 조롱과 비꼬는 말들을 내 속으로 낳은 자식에게 듣고있는 내 자신이 참 비참하다. 내가 뭐를 잘못했길래 이런 대접을 받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절로든다. 매사 열심히 학교 다니며 학창시절 내내 모범생으로 자랐던 내가, 서로를 인격적으로 대하던 대학 시절 선후배들과 나름 진지하고 지성인의 시각으로 토론과 조별과제 하며 성취감을 느꼈던 나는 언제 죽었나... 


당장 내 앞에 있는 고작 12살짜리의 말을 받아내지 못해서 뒤돌아 눈물 훔치는 나를 보며 내 학창시절과 대학 졸업장은 결혼할때까지만 유효하고 그 이후는 전혀 쓰잘 때기 없는, 오히려 나의 비참함을 가중시켜 주는 한때 즐거웠던 추억에 지나지 않은 걸까? 내가 왜 이렇게 된 걸까 이 아이에게 무엇을 기대하기에? 이것이 엄마로써의 모성애인가? 혹은 성공해서 나에게 효도를 해 줄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기대심리? 아님 아이 양육밖에는 내가 빛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일이 없어서? 왜 이렇게 집착하는 걸까 나의 자존감이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는 것도 내버려 둔 채... 


이래서는 내가 또라이가 될 것 같아 아이에게 집착할 접점을 줄이기 위해 수학학원을 끊어 버렸다. 학원을 안가는 대신 남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아이는 곧장 '이마트 포켓몬 게임'을하러 원정을 떠났다(요즘 저학년 및 키덜트족들에게 인기 있는... 7살부터 40대 아저씨까지 몇 시간씩 줄서서 열심인.. 하필 내 아이도 거기 합류). 추석연휴였으니 이마트 오픈 시간에 맞춰 10시까지 가서 점심도 혼자 식품코너에서 해결했다. 엄마아빠가 저녁먹으러 데릴러 갔는데도 계속 하고싶다고 우리 부부만 외식을 했다. 그리고도 집에 안와서 남편이 저녁 8시에 가서 데릴러 온... 이것도 열정이다 싶었다... 나와는 완전 다름을 인정해야 했다. 



최근의 일련의 사건들도 인해 나만 지옥이다. 내가 정말 잘못된 걸까...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어차피 안되는 거지만 ... 하지만 내가 쫌만 더 참고 끌고 가면 되지 않을까... 다 자기 잘되라곤데(드라마 대사가 생각난다... 나도 이 짓을 하고 있...네)



나는 이 시기를 포기(직전)이라고 읽고 남편은 기다림이라고 읽는다

나는 이 시기를 놔 버리면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잃을 꺼라고 하는데 남편은 그럴 거라면 애초에 공부할 재목이 아니니 돈이라도 아끼는 거라고 말한다. 

어찌 아이가 공부할 재목이 아닐 수도 있다고 냉정하게 얘기할 수 있지? 내 자식인데? 어떻게??

...

..

.


나는 아닐 수 있지만 내 자신은 특별할 수 있다고 왜 이렇게 관대해 지는걸까?

관대라기 보다는 맹목이고 집착이라는 단어가 적절할 듯도 싶다...

내가 공부를 잘했다고 해서 내 아이는 당연할 것이라는 믿음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그 책임이 엄마의 탓으로 돌려질 수도 있다는 불안

그리고 아이에게 집중하며 나의 길을 제대로 찾지 않는 안일함을 위한 방패


혹시나 이런 생각으로 내가 아이의 교육을 주장하고 있는 건 아닐까?

사실 이런 생각은 어렴풋이 들었다... 글을 쓰다 보니 논리가 맞아떨어지면서 글로 결론이 나는 것 같은...



최근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하지만 내가 해 본적이 없어 시작하기 두려웠다. 

계속 미루고 끌고 있는 중이다.  

아이에게는 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냐고 비난하면서  

사회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의무가 아니기에 아무도 내가 할 일이라고 기대하지도 규정짓기도 않기에 미루며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아이의 그런 숙제도 못해내는 모습에 화가 났던게 아닐까... 때마침 아이와 갈등이 깊어지는 사건들 덕분에 내가 행동해야 할 이유가 명확해 지고 있는 참이다....



내가 계획하고 있는 일을 명확히 하고 정진하면 내 자식이 아닌 내 자신의 모습으로, 

자식이 이룰 막연한 미래에 발을 얹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무대에서 더 당당한 뭔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식이랑 싸울 것이 아니라 내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할 때이다. 

내 삶이 내 노력만큼 투자하고 성장하고 있는 지에 대해 점검하고 체크하는 것이 더 발전적이다. ]

인생에서 중요한 엄마의 40대.

 

 

글쓰기는 치유고 감사이다. 

아이와 여러 차례 전쟁을 겪고 오늘 목이 붓더니 몸살이 왔다. 그런데 오늘은 꼭 글을 쓰고 싶었다. 

덕분에 진실한 내 모습을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된 거 같다. 


아이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나의 모자람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특히 이렇게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의 경우... 

고난을 겪고 풍파를 막아서면 밝은 날이 오리라는 것은 내가 선장일 때 이야기이지

타인의 삶을 내가 대신 이겨내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막 40대에 접어든 엄마들

아이와 학업이나 생활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엄마들

우리도 한때 꿈이 있고 촉망받는 미래가 한 번쯤 있었잖아요 비록 학생때처럼 창창한 미래는 아니지만...

근데... 사실 따지고 보면 소위 창창한 미래라고 여겨지는 청춘 시절을 지나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분들이 많지 않나요... 12살짜리 애한테 애먹고 있는 나 자신 현타.ㅜ

부모님이 나에게 기대하셨던 것만큼 내가 이뤄내지 못한 것처럼 내 자식도 그럴 수도 있고...(확률적으로 더욱 그러기 힘든 시기가 되고 있는 실정이죠) 

오히려 엄마 이전의 한 인간으로써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100세 시대의 40대는 예전의 20대 인 듯. 가능성이 아직 많은 시기....  


아직 주저않지 말자. 스스로는 가망이 없다고 아이한테만 올인하지 말자. 

아이가 공부잘하고 못하는 걸로 내 가치를 판단하고 그에 빠지다 보면 내 삶의 주인은 다른 사람이 된다. 

이왕 태어난 김에 당당히 내 인생 누리고 가야지! 닳는 것도 아닌데 더군다나 귀찮다는 이유로 제자리에만 있으면 진짜 나는 자식 훈계할 자격없다 ㅠㅜ 

공부할 녀석은 엄마가 100% 관심으로 케어해주든 40% 관심으로 케어해주든 아무 타격감 없다는거 

요즘 보면 학업때문에 심리상담 받으로 다니는 아이들도 많고.... 


우리 아이가 학창시절 긍정적이고 자신감을 지닌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거기까지만 내 몫하기. 

아 여기에 책임감은 있어야 하긴 하는데, 근데 책임감이 있으면 공부는 못할 수가 없는.... 엄마의 욕심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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