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관일 Aug 24. 2022

혁신하고 싶다고?
딱 하나만 바꿔라(9)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1992년에 <리츠 칼튼 샌프란시스코>가 미국의 권위 있는 생산성 및 품질 대상 <말콤 볼드리지>(Malcolm Baldrige National Quality Award)를 수상했다. 이 상을 수상한 최초의 호텔이다. 그리고 호텔은 이 상을 받는 데 가장 크게 공헌한 직원에게 ‘파이브 스타(Five Star)’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선정된 직원의 이름은 버지니아 아주엘라. 호텔의 청소부다. 그로부터 그녀는 고객만족의 혁신을 다룰 때 늘 등장하는 전설이 됐다. 필리핀 출신의 그녀는 1974년 당시 27살의 꽃다운 나이에 아메리칸 드림을 갖고 미국으로 건너왔다. 학력도 변변찮은 이국인이 미국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첫 일자리는 홀리데이인 호텔의 청소부였는데 그것으로 호텔 청소부가 평생 직업이 되었다. 그 후 15년 정도 르메리디언 호텔 등에서 객실 청소부로 일하다가 1991년 4월. 40을 훌쩍 넘긴 나이에 샌프란시스코 리츠칼튼 호텔의 개업과 함께 입사하게 된다. 


여느 청소부와 다를 바 없이 평범했던 그녀는 리츠칼튼 호텔에 들어온 후, 고객만족을 위한 ‘총괄품질경영(Total Quality Management : TQM)’에 관한 교육을 받게 되었는데 이것으로 인생의 결정적 전기를 맞게 된다. 

총괄품질경영의 교육내용은 최고 품질의 호텔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한 일련의 총괄적인 노력에 관한 것이었다. 그 교육을 받으면서 대부분의 동료 청소부들은 불평이 많았다. “청소 따위의 허드렛일을 하는 우리에게 무슨 놈의 고객만족이며 품질경영이냐?”고 거부반응을 보이거나 마지못해 응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달랐다. 20년 가까이 청소부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느끼고 생각하던 것들이 교육이라는 기회를 통하여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을 품질경영에 대입해보았다. 자신이 하는 일을 결코 누구나 할 수 있고 단순히 몸으로만 때우는 허드렛일로 여기지 않았다.

“투숙객이 느끼는 호텔에 대한 만족여부는 대부분 객실서비스에 의해 좌우됩니다. 그러므로 객실 서비스는 호텔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업무입니다. 특히 객실청소와 정돈이라는 서비스는 다른 서비스와 달리 고객과 서로 얼굴을 맞대지는 않는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주의와 노력 그리고 가족과 같은 애정이 필요합니다.”


그녀의 이 신념어린 말을 듣고 누가 청소부의 의견이라 할 것인가. 어떤 경영자나 간부보다도 경영과 고객만족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객실을 청소하면서 언제나 ‘고객만족 제일’이라는 총괄품질경영의 구호를 떠올렸다. 작업을 하면서도 늘 어떻게 하면 고객을 더욱 만족시킬 수 있는 지 깊이 생각하였다. 깊이 궁리하고 노심초사하면 당연히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렇게 떠오른 좋은 아이디어를 그녀는 행동으로 옮겨 실천하였다.

청소 도구와 비품을 담은 카트에 작은 메모수첩을 걸어두고 그것에 고객의 이름과 특성, 습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 일목요연하게 꼼꼼히 기록하고 그에 따라 객실 서비스를 하였다. 이를테면 고객별 맞춤서비스이다.     

객실 서비스의 작은 것 하나 때문에 고객이 호텔에 불만을 갖게 된다면 반대로 작은 것 하나에도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현장에서 찾아 낸 것이다.

예컨대 수건을 많이 쓰는 고객, 비품의 위치를 바꿔주기를 원하는 고객, 특정한 신문을 원하는 고객 등등 고객의 취향과 특성에 따라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고객을 대할 때는 반드시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고객을 감동시켰다. 우리나라 식으로 말한다면 “김00 사장님!” “박00 선생님!” 정도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청소 작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베드 메이킹(침대보 정리)의 방법이라든가 욕실청소의 작업방법도 개선했다. 원래 객실청소 중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 베드 메이킹이다. 대개 침대보를 깔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여섯 번 침대주위를 오가야 하는 수고를 하게 된다. 리츠칼튼 호텔은 베드 메이킹 작업의 과학적인 동작연구와 시험을 통해 2인1조의 청소작업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대로 시행하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아주엘라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세탁된 침대보를 아예 침대사이즈에 맞춰서 침대보를 까는 순서의 역순으로 접어두게 되면 작업속도를 더 높일 수 있음을 알아냈다. 그녀는 또 객실청소에서 발견된 각종 문제점과 그 해결과정이 매니저를 거치기 때문에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발견하였다. 종전의 시스템에서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고객불만이 계속됨으로써 고객만족이 실종될 수 있었다. 바로 이런 점에 착안, 그녀는 문제발견 → 즉시 해결→ 사후보고의 과정으로 체계를 바꾸었다. 그런 식으로 호텔의 업무체계와 서비스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꿔나갔다.     


그녀는 자신이 개선해 낸 서비스방법을 혼자서만 실천에 옮긴 것이 아니다. 매일 이뤄지는 라인업 미팅에서 자신의 노하우를 발표하여 모든 직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드디어 리츠칼튼 호텔은 높은 생산성과 최상의 서비스 품질로 미국의 권위 있는 생산성 및 품질대상인 ‘말콤 볼드리지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그것은 결국 아주엘라의 노력과 노하우가 호텔 전체로 확산된 데서 비롯된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녀는 파이브 스타상을 받으면서 “단지 주어진 일에 충실했을 뿐인데…”라며 겸손해 했지만 《경영해방》의 저자로 잘 알려진 미국의 세계적인 경영평론가 톰 피터슨은 그의 저서에서 그녀를 가장 전형적인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 꼽았다(요즘은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70대 후반의 나이인데). 

여기서 우리가 얻는 교훈은 한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사람의 자기혁신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

“세계를 변화시키는 방법은 자기 자신의 변화를 위한 시도, 바로 한 사람의 혁명(one-man revolution)입니다.” - 애먼 헤나시(Ammon Hennacy), 미국의 평화운동가      

작가의 이전글 혁신하고 싶다고? 딱 하나만 바꿔라(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