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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관일 Aug 25. 2022

혁신하고 싶다고?
딱 하나만 바꿔라(10)

혁신가란 역량을 힘껏 발휘하는 사람

혁신가란 역량을 힘껏 발휘하는 사람   

  

(지난 호에서 다룬)‘버지니아’ 아주엘라를 말하다보니 ‘버지니아’주 출신의 유진 앨런(Euguen Allen)에 얽힌 스토리가 떠오른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버지니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최고의 가치를 발휘했다는 데 있다. 


유진 앨런은 해리 트루먼 대통령부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까지 8명의 미국 대통령을 보좌한 백악관 집사장이다. 흑인인 그는 핫스프링스의 홈스테드 리조트에서 웨이터로 일하다 워싱턴의 한 컨트리클럽으로 옮겨왔는데 그곳에서 특유의 성실함을 인정받아 1952년에 백악관에 들어갔다. 

당시는 흑인들이 공중화장실조차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던 시절이다. 그 역시 백악관에서 일하면서도 뒷문으로만 출입해야 했다. 흑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당연히 허드렛일뿐이다. 


그는 접시를 닦고 캐비닛을 정리하는 등 궂은일을 했으나 워낙 과묵하고 성실했기에 곧 집사로 승진했고, 1980년에 드디어 집사들의 우두머리인 집사장이 됐다. 그리고 1986년 퇴직할 때까지 무려 34년 동안 여러 대통령들이 영광과 좌절을 겪는 순간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했을 때 장례식에 초대됐지만 그는 “누군가는 남아서 장례식에서 슬픔에 잠겨 돌아오는 사람들을 챙겨야 한다”며 장례식에 참석하는 대신 부엌을 지켰다. 

장례를 마친 케네디 대통령의 미망인 재키가 대통령이 매던 넥타이 중의 하나를 선물했는데 그는 그것을 액자에 담아 보관했다. 이렇듯 믿음직스럽고 성실하였기에 역대 대통령들은 신분을 뛰어넘어 그를 친구나 가족처럼 대하며 아꼈다.      


그는 퇴직한 이후에도 자신이 모신 대통령에 대한 평이나 정치적 의견을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그는 TV방송국에서 꼭 출연시키고 싶은 매력적인 대상자임에 틀림없었다. 그리하여 전국에 방영되는 텔레비전 쇼에 출연해달라는 요청이 많았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자서전 출간, 강연 요청 등이 쏟아졌고 그런 것에 응하면 돈방석에 앉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모두 응하지 않았다. 그의 외아들 찰스는 “아버지는 언제나 자신을 그저 보잘 것 없는 집사로 여겼고 그런 생각을 즐겼다”고 말했다. 


65년을 함께 했던 부인 헬렌이 2007년 대선 때 오바마에게 한 표 던지자고 약속했지만 공교롭게도 선거 하루 전날 세상을 떠남으로써 그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에 특별히 초청되었다. 자신이 집사로서 8명의 대통령을 모실 때는 오히려 가보지 못한 취임식이었다. 


그가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에 특별 초청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은퇴한 뒤 조지아 애버뉴 근처의 소박한 가옥에서 조용히 지내던 그는 또다시 뉴스의 초점이 되며 유명세를 치러야 했다. 멀리 스위스에서 온 편지 등 수백 통의 편지가 배달돼 그의 특이한 삶의 궤적을 찬양하거나 국가에 대한 깊은 충성심에 존경심을 표했다. 

그는 해병 의장대가 직접 자리에까지 안내하는 융숭한 대우를 받으면서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선서하는 모습을 눈시울 붉어진 채 지켜봤다. 그리고 90세를 일기로 2010년 3월 31일 세상을 떠났다.  


워싱턴포스트와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그의 사망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하며 애도했다. 그는 흑인이라는 한계를 딛고 집사장이라는 자기 나름의 세계를 만들어낸 혁신가라 할 수 있다. 특히 “아버지는 언제나 자신을 그저 보잘 것 없는 집사로 여겼고 그런 생각을 즐겼다”는 아들의 말에서 성실함과 겸손 그리고 자기의 역할 즐기며 성실하게 일한 어느 한 사람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가치를 드높인 한 사람의 역할이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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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이 되려 하지 말고 가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하라.” - 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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