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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관일 Aug 26. 2022

혁신하고 싶다고?
딱 하나만 바꿔라(11)

혁신가는 집념의 인간형이다

혁신가는 집념의 인간형이다


1900년 전후 미 해군 전함에서 하는 사격은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부정확했다. 평균적으로 9,500발을 쏘면 불과 121발만이 표적에 맞았다고 한다. 형편없이 낮은 명중률이었지만 해전의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당연시 되었다. 


그즈음 미 해군의 윌리엄 심스 중위는 우연히 영국 해군의 한 제독으로부터 명중률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획기적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즉, 소총을 지지대에 받치고 망원경을 장착한 상태에서 연속조준사격을 하면 명중률이 30배나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워싱턴의 해군본부에 보냈다. 긍정적인 답변이 곧바로 올 거라고 기대하면서…. 발포 정확도를 3,000퍼센트 이상 향상시킨다는 데 누가 반대를 하겠는가.


그러나 기다려도 기다려도 답변은 오지 않았다. 심스는 포기하지 않고 더 강한 주장을 편지에 담았고, 자신의 보고서를 다른 장교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럴수록 군은 그를 귀찮은 존재로 여길 뿐이었다. 결국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왜 새로운 방법이 사용될 수 없는지를 조목조목 지적한 것이었다. 또한 미 해군의 발포 정확도는 세계 최고이며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았을까? 무엇보다도 심스는 변방의 일개 하급 장교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충성과 복종을 최우선시 하는 군대의 문화에서 심스는 권위에 도전하는 이단자로 비쳤다. 또한 일개 하급 장교가 이런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 자체가 본부의 권위자들에게는 심한 모욕이었다. 혁신적 기술은 전문지식이 풍부한 권위 있는 연구진들만이 개발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밥그릇 싸움도 원인이 되었다. 새로운 기술은 항해 스킬보다 포를 쏘는 스킬이 훨씬 중요시 되는 것이어서 그것을 채택하면 항해장교가 갖고 있던 파워가 포병장교에게 옮겨가게 된다. 

이런 이유들로 생긴 저항 때문에 이 중요한 혁신이 빛을 못 본 채 묻혀버릴 버리게 됐다. 허지만 심스는 포기하지 않고 보고서를 동료 장교들과 사령관들에게 두루 보냈다. 그래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마지막 시도로 그동안의 모든 경과를 정리하여 백악관에 보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은 시어도어 루스벨트였다. 그는 해군 차관보를 지냈고 《1812년의 해전》이라는 책까지 저술한 전문가였다. 정치인의 시각에서 해군본부의 문제점을 숱하게 느꼈던 루스벨트는 심스를 연속조준사격 장치 개발과 명중률 개선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임명했다. 


드디어 심스의 뜻이 통하여 새로운 기술이 빛을 발하게 됐다. 약 6년간 그 자리에서 일한 심스는 이후에 미 해군으로부터 ‘어떻게 쏘는지 가르쳐준 사람(the man who taught us how to shoot)’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또한 그가 개발한 연속조준사격 장치는 미 해군 병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신으로 기록됐다(DBR(동아비즈니스 리뷰) 112호, 美 해군은 잡스같은 내부 제안 왜 묵살했나, 2012. 9. 6).     


이런 사례를 보면서 혁신적 아이디어도 개념 없는 사람들에 의하여 얼마든지 사장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혁신보다 귀찮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또한 진정한 혁신가는 불쑥 어떤 아이디어를 던지는 사람이 아니라 신념을 갖고 그것이 이뤄지도록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는 집념의 인간형임도 알게 된다. 

당신은 어떤가? 혁신의 걸림돌, 변화의 방해자는 아닐는지….     

                                                            

                                                          ***************

                                          “최선을 지향하여 최고가 되라.” ― 콜린 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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